세계여성폭력추방의날 논평과 다른 이준석 대표 행보..이중플레이?

유설희 기자 2021. 11. 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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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권호욱 선임기자


‘세계여성폭력 추방의날’인 25일 국민의힘은 수석대변인 명의로 “여성폭력에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이준석 대표는 당의 논평 기조와 달리 여성폭력에서 구조의 문제를 지우고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이하여’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허 수석대변인은 최근 전 남자친구로부터 스토킹을 당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두 차례나 경찰에 긴급호출을 하고도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의 데이트폭력과 스토킹 검거 건수는 각각 9858건, 581건, 가정폭력 검거 건수도 5만277건에 달한다”며 “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당국의 부실대응과 겹쳐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스토킹 범죄 예방을 위해 접근금지 거리를 늘리는 법안, 여성폭력 대상 범죄의 2차 피해를 막는 법안 등을 발의했다”며 “국민의힘은 실질적으로 여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과 정책으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3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수차례 찌른 뒤 아파트 19층 높이에서 내던진 사건을 ‘고유정 사건’에 비유하며 “일반적인 사람은 고유정은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이라며 “고유정 사건이나 이번 사건 모두 젠더 뉴트럴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갈라치기 한다”고 주장했다. 데이트폭력 사건을 여성폭력범죄가 아니라 고유정 사건과 같은 일반적인 흉악범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 대표의 주장은 여성폭력의 현실을 뚜렷이 보여주는 통계와 괴리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가정폭력 관련 대검찰청 통계 분석 결과’를 보면 가정폭력 피해자 10명 중 8명(78.5%)은 여성이었다. 정부는 데이트폭력 범죄가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도 관련 통계가 없다는 시민사회 지적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친밀한 관계 폭력(IPV : Intimate Partner Violence)’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일찌감치 세계 각국은 국내총생산(GDP)처럼 여성폭력 지표로 IPV를 사용하고 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여성폭력의 실태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조사하는 성폭력, 가정폭력 실태조사만 보더라도 성별 불균형이 뚜렷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여성폭력이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여성폭력은 단순히 피해자가 여성인 범죄가 아니라, 성별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의 한 유형”이라며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성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여성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폭력이 가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정의당이 “이준석식 안티페미에 맞붙겠다”며 류호정, 장혜영 의원과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청년정의당 선대위를 출범한 것을 두고 SNS에 “안티페미랑 맞붙는 것이 아니라 님들이 그냥 페미니스트 정당 선포한 것”이라며 “진지하게 노동하던 분들이 다 어디가고 정의당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참…”이라고 적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나 대책을 제시하는 내용은 없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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