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두달만에 '신호등 연정' 합의..석탄발전 2030년께 중단

정인환 2021. 11.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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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녹색·자유민주 합의
3개당이 연정 참여한 것은 처음
"협상과정 서로 너무 힘들어"

차기 총리는 숄츠 사민당 대표
코로나 심각세 속 12월 정식 출범
올라프 숄츠(오른쪽 둘째) 독일 사민당 대표가 24일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마무리한 뒤 크리스티안 린트너(맨 오른쪽) 자민당 대표, 아날레나 베어보크(맨 왼쪽)·로베르트 하베크(왼쪽 둘째) 녹색당 공동대표와 기자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지난 9월26일 총선 이후 두달 동안 연정 협상을 이어온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민주당이 24일 오후 연정 출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각 당의 상징색인 빨강(사민당)·노랑(자민당)·녹색(녹색당)을 빗댄 ‘신호등 연정’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독일 역사상 연방 정부 차원에서 3당이 연정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차기 총리를 맡게 된 올라프 숄츠(63) 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 당이 연정 합의에 도달했다. 우리는 진보를 믿으며, 정치가 무엇인가 좋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단결했다. 우리는 국가를 더 낫게 만들려는 의지로 하나가 됐다. 우리는 기후 보호를 위해 감히 무언가를 하려 하고, 경제를 구조조정하고 국가를 근대화하기 원하며,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숄츠 대표는 “진보를 감행하자”는 구호로 1969년 “민주주의를 감행하자”고 외쳤던 사민당 출신 총리인 빌리 브란트(재임 기간 1969∼1974년)의 유산을 잇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번 연정 협상에 두달이란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애매한 지난 총선 결과 때문이었다. 사민당은 25.7%의 지지율을 확보해 24.1%를 얻은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을 가까스로 눌렀다. 사민당이 ‘대연정’을 깨고 기민·기사 연합을 정권 밖으로 밀어내려면 녹색과 노랑의 힘을 빌려와야 했다.

물론 쉽지 않은 시도였다. 녹색당은 기후위기에 대비하는 환경 정책을 우선시하지만, 자민당은 경제성장과 자유주의를 1순위로 둔다. 하지만, 협상 직후 녹색당·자민당 대표들이 긍정적인 대화 분위기를 암시하는 사진을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공개하며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그래도 협상이 쉽지 않았는지 로베르트 하베크 녹색당 공동대표는 “협상 과정은 서로에게 매우 힘들었다”고 고백했고,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민당 대표도 “연정 계약서의 문장 하나를 가지고 몇시간씩 고심해야 했다”고 했다. 합의 결과 사민당의 숄츠 대표가 총리, 녹색당의 하베크 공동대표가 부총리(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는 외교장관), 자민당의 린트너 대표가 곳간 열쇠를 쥔 재무장관을 맡기로 했다.

이날 세 당이 공개한 177쪽에 이르는 연정 합의문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과감한 ‘환경 공약’이었다. 세 당은 독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80%로 올리고, 석탄 화력발전을 가능하면 2030년께에 없애기로 했다. 지난 총선 때 사민당의 주요 공약이었던 최저임금도 12유로로 인상한다. 또 대마초 허용, 출산 여성에 대한 자동 모성권 인정, 부모 재산과 상관없는 학자금 대출 등 진보적 정책에도 합의했다.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선 특정 기관 직원들에 대한 예방접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16년간 유지해온 온건한 대중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5일 “연립정부 구성 합의문에 중국에 대한 언급이 10여차례 등장하는데,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문제, 홍콩의 기본권 유린, 대만 상황 등에 대한 언급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중국 쪽이 ‘내정’이라고 규정하고, 외부 개입에 강력 반발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문서엔 “대만이 국제기구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지지한다”, “신장 문제를 포함한 중국의 인권탄압에 대해 더욱 분명히 발언할 것이다”라는 어구가 포함됐다.

어렵게 출발한 신호등 연정의 앞날은 험난하다. 협상이 이뤄지는 공백기에 코로나19 방역이 느슨해진 결과를 새 정부가 짊어지게 됐다. 70%에도 못 미치는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에 독일은 심각한 4차 유행에 접어든 상태다. 연일 5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면서 병상 부족의 위기에 빠졌다.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그늘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신호등 연정은 12월 초에 정식 출범한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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