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선대위 반전드라마..의제 없이 정치공학만
[경향신문]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논의는 지난 20일간의 맥빠진 반전 드라마였다. 윤석열 당 대선후보 선출(지난 5일) 이후 25일까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여부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다. 필수불가결한 진통보다는 정치공학적 신경전 성격의 갈등상이 이어졌다. 내부 비판이 분출하면서 출범 첫날부터 선대위 구성의 의미와 정치적 효과가 퇴색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전날 만찬 회동에서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합류 여부를 결론내지 못한 채 헤어졌다. 그간 ‘총괄선대위원장 발표→보류→의견접근→확답 연기’ 등으로 수 차례 밀고당기기를 해 온 끝에 열린 담판에서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도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말을 아낀 채 조용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더는 이제 김종인 박사 관련 얘기는 안하겠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윤 후보가 조건없는 합류 선언이 없으면 끝이라고 최후통첩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 “주접을 떨어놨던데. 그 뉴스 보고 잘됐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파국’도 ‘화합’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이어지는 동안 당의 시선은 온통 두 사람 간 갈등에 모아졌다. 같은 기간 대선 여정에서 국민의힘이 내세울 의제와 미래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다. 윤 후보가 내놓은 ‘자영업자 50조 손실보상’,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일부 공약이 반짝 논쟁을 이끌었으나, 곧 선대위 갈등에 묻혔다.
전체적인 선대위 구성의 의미와 상징적 인물 전진배치 작업도 도드라지지 않았다. 선대위 인선 갈등 과정에서도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권성동 사무총장과 장제원 의원 등 전·현직 정치인들의 자리 배치와 역할조정이 주된 쟁점이 됐다. 결국 이날 발표된 선대위 구성 면면이 기성 중진 정치인에 쏠리면서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 외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왔다.
그간 쌓인 당내 피로도는 선대위 구성 관련 비판으로 터져나왔다. 당내에선 “선대위의 구성 과정이 진정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나”(임승호 대변인), “전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신인규 상근부대변인)는 공개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다른 것 없이 그저 자리 놓고 다투는 모습만 보인다. 마치 이미 당선된 것처럼 하는 행보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부담은 높아지는 중이다. 당내에서 ‘후보가 결단할 문제’라고 하지만 그간 갈등 과정은 김 전 위원장이 ‘주연’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후보 선출 뒤 첫 시험대로 평가받던 선대위 구성 작업이 난항을 거듭하는 동안 본선 경쟁을 위한 다음 시험대로 넘어가는 시간도 지연됐다.
이에 더해 김 전 위원장 영입 여부가 윤 후보 정치력의 평가잣대가 된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대통령 후보가 (이미) 발표한 총괄 선대위원장이 ‘못하겠다’ 이렇게 되면 이건 후보가 무언가 해결해야 될 과제가 되어 버린 것”이라며 “얼마나 도움을 줄 거냐의 문제를 넘어서는 후보 본인의 과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한 명 설득도 못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김종인 카드’는 이제 버릴 수가 없다. 능력 여하와 관계없이 모셔와야 한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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