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시대..美도 "올릴 준비"

박용범,안병준,김혜순 2021. 11. 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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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0.25%포인트 인상
물가·가계부채 불안에 선제 조치
20개월만에 0%대 마감
은행 예적금 금리도 줄줄이 올라

◆ 기준금리 1% 시대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0%로 인상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제로금리 시대를 1년8개월 만에 청산했다.

미국·영국·유럽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 0%대를 고수하고 있지만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0.25%포인트 인상한 1.00%로 조정했다. 금통위는 작년 3월 팬데믹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2개월 후인 5월에는 추가로 0.25%포인트를 인하하며 약 15개월간 0.5%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 올린 것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기준금리(0.00~0.25%)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확대됐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 인상은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한 유동성 규모가 과도한 수준인 데다 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소비 회복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상황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2.3%로 올려 잡았다. 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돌았고 지난달에는 10년 만에 3%를 넘어섰다. 한은은 금리 정상화로 부동산 경기 과열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 등 금융 불균형 현상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이달부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 매입 규모 축소(테이퍼링)가 시작되고 미국 내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조기 금리 인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점도 인상을 결정한 배경이 됐다.

실제 24일(현지시간)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참석자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비해 계속 높을 경우 현재 예상보다 빠르게 자산 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며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국내 시중은행도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까지 올린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안병준 기자 / 김혜순 기자]

물가에 방점 둔 한은…李총재 "내년 1분기 추가인상 배제못해"

美·英·유럽 0%대 금리에도…한은, 선제적으로 1% 복귀

이주열 총재 "1%도 완화적"
물가상황 우선고려 방침 강조
"금리인상은 긴축 아닌 정상화"

대선 앞 인상 시점 부담에도
한 번 더 올릴 가능성 밝혀
시장선 '내년 1월'에 힘실어

한경연, 가계 악영향 경고
"금리인상·물가급등 맞물리며
이자부담 年17조 증가할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25%포인트 인상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미국·유럽·영국 등 해외 주요 중앙은행에 앞서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1%대 금리로 복귀한 것은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계대출이 1744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등 부채 규모가 실물경제 수준을 상회하는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도 금리 인상 잰걸음에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까지 한은의 행보는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수준이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은의 물가 상승에 대한 표현은 날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금리 동결이 이뤄진 10월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표현했다. 25일 내놓은 결정문에서는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며 물가 상승 장기화에 대한 경계 수위를 한층 더 높였다.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전 세계 공급망 충격 등으로 인해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장기화 가능성이 있어 조기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은 알고 있지만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이어 "최근 국제 유가는 점차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란 견해도 있다"며 "공급 병목현상이 길어진다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높일 수 있어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10월 3.2%를 기록하며 3%를 넘어섰다. 이는 2012년 1월(3.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코어) 인플레이션율도 2%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 8월 전망에 비해 0.5%포인트 올려 잡은 2.0%로 상향했다. 또 2023년 물가 상승률에 대해선 1.7%를 제시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해 내놓은 경제전망치에서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4.0%로 유지하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지난 8월 예측치(2.1%)보다 0.2%포인트 올려 잡았다.

이 총재는 경기를 이유로 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긴축'이 아니라 '정상화'임을 강조하며 금리 인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내년 성장과 물가 전망을 고려할 때 지금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고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며 "위기 시 이례적으로 낮춘 것은 경기가 회복되면 올리는 게 합당하고, 오래 끌고 가면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이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언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 총재는 "내년 1분기 경제 상황에 달려 있겠지만, 경제 여건이 확보돼 금리 정상화 흐름에 부합하면 1분기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요 중앙은행도 앞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내년 하반기 인상을 말하는데 다 같이 정상화를 언급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초 금통위는 1월 14일과 2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대선(3월 9일) 일정을 고려할 때 2월 회의에선 인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시장 평가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정치 일정 혹은 한은 총재 임기를 결부해 (인상 여부를) 얘기하지만 기준금리는 경제·금융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를 해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금통위에선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금통위원이 소수 의견으로 동결을 주장하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만장일치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가계 부채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의 후폭풍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정상화하면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가 줄어드는 등 금융 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 가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소비자물가 급등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맞물려 가계대출 금리가 1.03%포인트 오르고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17조5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0년 기준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당(1174만가구) 이자 부담액을 환산하면 연간 약 149만원이다. 이자 부담에 따른 가계대출 연체액 증가액도 3조2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앞서 한은에선 지난 9월 말 기준금리가 1%가 될 경우 2020년 말 대비 이자 부담 증가폭이 2조9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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