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입사동기 정준호·손영식, 롯데百·신세계百 CEO로 대결
롯데백화점이 창사 42년 만에 외부인사 출신의 정준호(56) 롯데지에프알 대표를 선임하면서 손영식(58) 신세계백화점 대표와의 경쟁 구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입사 동기지만, 이제는 라이벌로 백화점 왕좌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됐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대표와 손 대표는 1987년 12월 삼성그룹 공채 28기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했다. 정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이탈리아 지사장,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이마트(139480) 부츠 사업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후 2019년 롯데쇼핑(023530) 패션 계열사 롯데지에프알(GFR) 대표로 이직했다.
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과 패션본부장, 신세계디에프 사업총괄 겸 영업담당 부사장을 거쳐 2016년 신세계디에프의 첫 대표이사가 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가, 올해 10월 (주)신세계 대표이사로 백화점에 복귀했다.
정 대표가 2007년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2사업부 상무로 먼저 승진했으나, 각각 브랜드 전략가와 백화점 상품기획자(MD)로 경력을 쌓으며 업계를 대표하는 ‘명품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정 대표는 신세계(004170)의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아르마니, 몽클레르, 돌체앤가바나, 메종마르지엘라 등 40개 가까운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유치했다.
손 대표는 명품 MD로 신세계백화점의 고급화를 이끌었다. 특히 면세점 후발주자였던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시내 면세점 최초로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3대 명품을 모두 입점시켜 신세계 면세점을 조기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슷한 이력을 지닌 입사동기가 국내 유통 양대산맥의 백화점 수장으로 맞붙게 되면서, 향후 롯데와 신세계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정 대표의 어깨가 더 무거워 보인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3분기 매출 6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적자(-210억원)를 냈다. 상반기 진행한 희망퇴직 비용(600억원)이 반영된 결과라지만, 이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390억원으로 전년(780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신세계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5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1% 늘어난 727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업계에선 점포 수로는 롯데백화점(35개)이 신세계백화점(12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지만, 효율면에선 신세계가 더 우세하다는 평이 많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매출 10위권에 든 백화점은 롯데가 3개, 신세계가 3개였다. 연매출 1등을 지키던 롯데백화점 본점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자리를 내어준지도 오래다.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의 실적 정상화와 명예 회복을 위한 강도 높은 쇄신과 혁신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백화점 대표로 정 대표를 발탁한 이유도 롯데지에프알에서 보여준 과감한 혁신과 조직문화 개편에 후한 점수를 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10개 가까운 수입 브랜드를 중단하고 샬롯 틸버리, 카파, 까웨 등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는 한편,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롯데백화점이 소홀히 해온 ‘대형화·럭셔리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명동 본점에 샤넬, 루이비통에 이어 에르메스를 입점시키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강남점, 분당점 등 주요 점포의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손 대표는 신세계가 구축한 고급화·대형화·복합화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일찌감치 고급 백화점으로 입지를 굳혔지만, 최근 롯데·현대 등이 프리미엄 전략을 따르면서 점유율을 방어하는 게 중요해졌다. 신세계가 지난 10월 단행한 인사에서 내부 사정에 밝은 손 대표를 다시 불러들인 이유도, 신세계백화점이 지역마다 초대형 점포를 두고 경쟁사를 압도하는 ‘지역 1번점’ 전략을 수행할 적임자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일각에선 신세계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경쟁사 수장으로 영입됐다는 것만으로도 신세계백화점이 위협을 느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강한 경쟁자가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신세계를 따라 하지 않고 롯데만의 전략을 만들겠다”라며 “고객, 투자자,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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