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동빈, 순혈주의 깼다..실적 부진 돌파구 찾나

이국현 2021. 11. 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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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유통·호텔 수장에 홈플러스·신세계 경쟁사 출신
BU 체제 5년 만에 폐지, HQ체제로 실행력 강화
철저한 성과주의 재확인…승진·신임 임원 2배↑

[서울=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3일에 열린 계열사 전체 임원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주요 임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롯데지주)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롯데가 내년 정기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경쟁사인 홈플러스와 신세계 출신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며 대대적인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4개 사업 부문(BU) 체제를 5년 만에 폐지하고 실행력을 강화한 조직으로 개편하면서 적극적으로 실적 부진을 타파하고,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롯데는 25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실적이 부진한 유통과 호텔 부문 수장을 전격 교체하고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과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유통군과 호텔 사업군의 총괄대표로 각각 선임했다. 순혈주의 색채가 짙은 롯데백화점 대표에는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낙점했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의 주력인 유통 부문 사령탑에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롯데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었던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과 달리 롯데는 최근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마땅한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핵심 사업 부문인 롯데쇼핑은 올해 누적 매출이 11조78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 하락했다. 롯데백화점은 3분기 희망퇴직 비용(600억원) 일시 반영되면서 210억원 적자로 돌아서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율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3분기 신장률이 5.9%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각각 15%, 15.1% 성장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커머스 부문의 사업적자는 올해 3분기까지 1070억원에 달한다. 롯데는 지난해 4월 백화점, 마트, 슈퍼, 홈쇼핑, 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7개 계열사를 한 곳으로 모은 통합 온라인쇼핑 플랫폼을 출범했지만 첫 날부터 서버 트래픽 과부하로 먹통 사태를 빚었고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초 이베이그룹을 전격 인수하면서 네이버,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3강 체제를 구축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에 따라 김상현 유통부 총괄대표가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라는 막중한 임무를 띄게 됐다. 김 부회장은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를 지낸 'P&G맨'이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DFI는 아시아 지역에 대형마트, 슈퍼마켓, H&B 스토어, 편의점 등 1만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라는 점에서 유통에 잔뼈가 굵은 김 총괄대표의 역할이 주목된다.

롯데쇼핑의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에도 '정통 롯데맨' 아닌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를 선임했다. 정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널 해외패션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19년 롯데GR 대표로 선임됐다.

안세진 호텔부 총괄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과 면세사업을 이끌게 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3분기 매출이 3조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다만 영업손실이 2474억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중적적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며 "어떤 인재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인재들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조직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는 승진 임원과 신임 임원수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리며 철저한 성과주의 기조도 재차 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는 화학BU장 김교현 사장과 그룹의 변화와 혁신 기반을 다지고 있는 롯데지주 이동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조직 개편을 통한 혁신에도 힘을 준다. 2017년 3월 도입한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체제를 5년 만에 폐지하고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017년 지주에 몰린 권한을 분산하려는 차원에서 도입한 BU 체제가 안착하지 못하면서 의사 결정 과정이 오히려 지연되는 '옥상옥' 구조가 됐다는 평가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롯데는 출자구조 및 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탈)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하고 식품,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갖춰 실행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사업군 및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한다. 구매, IT, 법무 등 HQ 통합 운영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으로써 조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계열사 책임경영 및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됨에 따라 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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