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코로나19 기간, 여성 향한 폭력 늘었다"..13개국 여성 절반이 폭력 경험
[경향신문]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여성을 향한 폭력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엔 여성기구가 중·저소득 국가 13개국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참여 여성의 절반가량이 자신 또는 자신이 아는 여성이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국가는 알바니아, 방글라데시, 카메룬,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요르단, 케냐, 키르기스스탄, 모로코, 나이지리아, 파라과이, 태국, 우크라이나 등이다. 기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언어 폭력, 의식주 같은 기본적 욕구 충족 거부, 성희롱(성폭력) 등으로 정의했다.
조사에 참여한 여성의 45%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케냐(80%), 모로코(69%), 요르단(49%), 나이지리아(48%) 등에서 폭력을 경험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폭력 유형 가운데 ‘언어 학대’와 의식주 등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자원 제공 거부’가 23%로 가장 많았다. 통신 거부(21%), 성희롱(16%), 신체적 학대(15%) 등이 뒤를 이었다. 일생 동안 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여성은 전체의 65%로 절반을 넘었다. 방글라데시(93%), 케냐(80%), 모로코(78%), 나이지리아(68%), 요르단(66%) 순이었다.
여성 10명 중 4명은 공공장소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 2명 중 1명(54%)이 밤에 홀로 걷는 게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으며, 낮에 혼자 걷는 것이 불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답한 이는 5명 중 1명(22%)이었다.
여성 10명 중 6명은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이 악화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향한 폭력(VAW)이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공 공간에서의 여성 폭력은 여성과 소녀들의 이동할 자유는 물론 학교, 직장 등 공공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여성 10명 중 7명은 파트너에 의한 언어·신체적 학대(폭력)가 더 흔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4명 가운데 1명(23%)이 가정 폭력이 더 자주 일어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것이 덜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성이 전체의 56%에 달했다. 가정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로는 신체적 폭력이나 위협(21%)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배우자 또는 파트너가 가한 폭력은 케냐(92%), 방글라데시(81%), 알바니아(79%), 요르단(74%), 나이지리아(74%) 순으로 많았다.
젠더 폭력에 더 취약한 여성들도 드러났다. 18~49세 여성의 절반가량(48%)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력을 경험했거나 다른 여성이 경험한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비율이 50~59세 여성은 42%, 60세 이상은 34%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조사는 고령 여성들을 향한 폭력을 측정하지 않아 인구 고령화와 교차하는 지속적이고 증가하는 (여성 폭력) 문제를 문서화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자녀와 함께 사는 여성 2명 중 1명(47%)이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파트너가 있지만 아이가 없는 여성은 이 비율이 37%였다. 실업자 여성 가운데 여성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이는 52%로 과반을 차지했다. 고용 상태인 여성은 이 비율이 43%였다.
여성 5명 중 2명 이상(41%)은 코로나19가 정신 건강을 전반적으로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이 여성 폭력이 증가한 것과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를 보고할 가능성이 1.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가족’을 꼽았다. 경찰 및 여성 지원 단체에 연락할 것이라는 답변은 각각 11%, 10%에 그쳤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는 폭력 생존자들이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를 구하는 것이나, 법 집행기관·정부 또는 시민사회가 제공하는 지원 서비스를 찾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UN 여성기구는 코로나19 전염병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의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성의 참여를 늘릴 것을 촉구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여성 비율은 24%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젠더 교육에의 자원 투자, 여성 및 가정에 대한 생계 지원 등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여성기구는 여성에 대한 장·단기 폭력에 관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수집해 폭력의 영향을 측정하고 대응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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