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비자 카드, 소로스는 아마존 매도.. 큰손들이 작전을 바꿨다

안상현 기자 2021. 11. 2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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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안갯속 3분기 증시
그들의 투자보고서 심층분석
그래픽=김의균

세계 증시를 휘감은 안개는 지난 3분기 들어 더욱 짙어졌다. 백신 접종으로 한창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함께 더 커진 인플레이션 압력에 발목을 잡혔다.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과 금리 인상을 예측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줄곧 상승세를 타던 세계 증시가 9월 한 달간 휘청거리기도 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지난 3분기에 1억달러(약 1200억원) 이상을 굴리는 이른바 ‘큰손’들은 어떤 포트폴리오로 불확실성을 방어했을까. 미국 증시에서 활동하는 기관투자자 약 900곳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분기마다 제출하는 투자 보고서(Form 13F)를 WEEKLY BIZ가 분석해 봤다.

◇시작된 포스트 팬데믹 준비

‘리틀 버핏’이라 불리는 헤지펀드 업계 거물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지난 3분기 소비재주로 포트폴리오를 도배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 2만8589주를 비롯해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24만주)과 도미노 피자(5만주) 등 외식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호텔주인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 주식도 15만주 매입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소비재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87.36%에 달할 정도다. 백신 접종과 함께 대외 활동과 소비가 왕성해지면서 소비재주가 크게 뛸 것이라 본 것이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말 소비 확대 기대감과 함께 과거 금융 위기 때보다 미국 소매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소비재 주식의 단기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미국 내 소매와 식료품 서비스 총매출액은 6381억9000만달러(약 755조1702억원)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0월보다 22.4% 늘어났다.

하버드대 수학 교수 출신 짐 시몬스가 이끄는 퀀트(계량 분석) 전문 대형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역시 종전 8만주 남짓이던 우버 주식을 약 482만주로 6000% 넘게 늘리고 월마트(86만주)와 나이키(277만주) 주식을 매입하며 야외 활동 부활에 베팅했다. 반대로 비대면 트렌드 수혜주로 꼽히는 북미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 로쿠를 비롯해 넷플릭스로블록스, 아마존 주식은 매도하며 비율을 줄였다. 다만 화상 회의 플랫폼 기업 떠오른 줌(Zoom) 주식은 55만주를 사들이며 종전 보유량보다 20% 늘리는 등 비대면 수혜주를 모두 정리하기보단 옥석을 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우려한 레이 달리오

‘분산 투자의 귀재’ 레이 달리오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다른 선택을 했다. 전 분기만 해도 월마트와 P&G, 존슨앤드존슨 등 소비재 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였지만, 3분기에는 오히려 이 주식들을 매도하며 비율을 낮췄다. 대신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MSCI 이머징 마켓 ETF(EEM)’ 지분을 종전 218만주에서 2013만주로 822% 늘린 것을 비롯해 ‘뱅가드 FTSE 이머징 마켓 ETF(VWO)’와 ‘아이셰어스 코어 MSCI 이머징 마켓 ETF(IEMG)’ 등 신흥국 ETF를 대거 사들였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세 신흥국 ETF 비율이 16.63%로 전 분기(6.73%) 대비 10%포인트 가까이 뛰었을 정도다.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만큼 미세 조정이 많았던 달리오 회장의 투자 전략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투자다.

전문가들은 이런 투자 결정을 두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경으로 꼽는다. 브리지워터가 그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상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미국을 꼽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가 유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금리 인상 때 더 큰 타격을 받을 미국 대신 신흥국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브리지워터는 지난 3분기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 500 ETF(SPY)’는 일부 매도하고,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각광받는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트러스트(GLD)’를 매수했다. 달리오 회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미국이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모든 수단이 동원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시 거품 경계한 워런 버핏

증시에 낀 거품을 경계하는 포트폴리오도 있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과 20세기 최고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조지 소로스는 모두 지난 3분기 주식을 사기보단 파는 데 집중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애브비머크앤드코 같은 제약주와 비자 같은 금융주를 처분해 이번 분기에만 19억5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소로스펀드 역시 미국 증시를 대변하는 SPY를 비롯해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블리자드 주식 등을 매각해 미국 주식 투자 규모를 전 분기 대비 2억520만달러 줄였다. 거장들의 주식 매도를 두고 시장에선 미국 증시 거품론을 거론한다. 4분기 연속 순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는 버핏 회장은 지난 5월 주식 시장에 대해 “SPAC(기업 인수 목적 회사)을 통한 우회 상장 광풍이 불고 있고, 이런 붐이 지속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우회적으로 증시 거품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 CNN은 지난 9일 “월가에는 두려움은 없고 탐욕만 있다”며 거품과 과잉 징후를 무시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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