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퉁기는 장면에도..남미 문화 담아 그렸죠"

박대의 2021. 11.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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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엔칸토' 애니메이터 최영재·윤나라
콜롬비아 특유 동작 배워
자연스러운 움직임 살려내
마법 가진 가족틈에서
아무 능력 없는 주인공
슬기롭게 헤쳐가는 이야기
"코로나19로 단절된 상황서
따뜻한 위로 영화되길"
`엔칸토`의 미라벨(왼쪽 넷째)은 특별한 능력이 없지만, 마법을 가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한다.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흔히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비교당하며 사는 현대 사회인에게 평범한 삶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특별한 능력이나 성취를 얻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평범한 일상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기도 한다. 어쩌면 모두가 특별함에 집착하기에 평범하고자 하는 인간 욕구의 기본값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변 모든 사람이 특별한 재능을 하나씩 가졌다면 어떨까. 다섯 살이 됐을 때 저마다 마법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린 마음에 나이가 들기를 소망하지 않을까. 꽃을 피우거나 무거운 물건을 혼자서 들어 옮기거나 동물과 말이 통하는 것 같은 독특한 능력을 기대하며 다섯 살 생일을 맞지 않을까.

24일 개봉한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엔칸토:마법의 세계'에서 콜롬비아 산골 마을에 사는 마드리갈 가족은 저마다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미라벨만 제외하고.

디즈니에서 15년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미라벨은 아무 능력이 없는 주인공이다. 능력이 있든 없든 모두가 소중한 존재인데, 혼자 마법을 못 쓰는 주인공이 어떻게 상황에 대처해가며 가족과 화합하는지 감동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엔칸토를 "따뜻한 위로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코로나19로 체온을 나누기 어려워진 시대에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한번 더 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애니메이터는 "영화에서 각자가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모아 힘을 합치는 모습이 지금 우리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가족을 잘 알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고 말했다.

드림웍스, 픽사 등을 거쳐 디즈니에 입사해 8년째 캐릭터를 창조하고 있는 윤나라 애니메이터는 "가족을 중시하는 한국인 관객들이 콜롬비아의 대가족 환경에 많이 공감할 것 같다"며 "특별한 능력이 없어서 좌절하는 사람이 많지만 미라벨을 보며 많이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에 이어 재택근무로 만든 두 번째 작품이에요. 애니메이션은 여러 사람이 합작을 해야하는데 걱정이 많았죠. 마드리갈 가족처럼 고비를 넘긴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엔칸토에서 콜롬비아인들이 사용하는 독특한 동작을 재현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겨울왕국' '모아나' '주토피아' 등 디즈니 유명 작품에 참가해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구해왔다. 윤 애니메이터는 "콜롬비아 문화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역사부터 춤까지 다양하게 공부했다"며 "특유의 손가락을 튕기는 몸짓은 꼭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애니메이터는 "지역 전문가와 협업해 특유의 몸짓과 문화를 배워 참고한다"며 "콜롬비아 사람이 아니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그 지역 사람들은 바로 알아챌 수 있는 포인트를 살렸다"고 부연했다.

앞서 폴리네시아(모아나), 동남아시아(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 소재의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며 한국을 소재로 한 작품도 기대한다고 이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윤 애니메이터는 "(한국 소재 작품이) 나오면 정말 재밌을 거 같고 즐겁게 작업할 것 같다"며 "디즈니는 항상 다문화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한국 작가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민족은 끈기와 성실함으로 유명하잖아요. 3차원(3D) 애니메이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데, 한국인은 그와 관련된 모든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가면 디즈니에서 일할 한국인은 아주 많지 않을까요?" (최 애니메이터)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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