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尹 선대위, '반문재인' 깃발만 치켜세우면 미래가 보일까

양범수 기자 2021. 11. 25. 17:1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며칠째 서울 종로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무실을 취재하고 있는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윤석열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혼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 콘셉트에 '김종인 체제'에서 내세웠던 '동행',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들고 나선 '공정한 경쟁' 등 미래에 대한 방향성으로 제시한 가치들이 보이지 않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양범수 기자.

“노인의 힘으로 가고 있다”

며칠째 서울 종로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무실을 취재하고 있는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윤석열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혼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해 보인다.

혼선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올해 81세다. 김한길(69)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 김병준(67) 공동선대위원장 등도 칠순을 바라보는 연배다. 경선 과정 내내 ‘청년’과 ‘미래’ 강조했던 윤 후보가 고령의 원로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은 기대했던 그의 본선 선거 운동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

생물학적 나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총선 이후 지향했던 가치도 모습을 감췄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체제에서 ‘호남 동행’을 추진하며, 당 지도부가 광주광역시 5·18 국립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과거 당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보였던 잘못된 태도를 반성하고,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자는 행보였다. 또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며 정강정책을 대대적으로 개정했고,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이끌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내일은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당신을 빼놓지 않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공정한 경쟁’을 주장했다. 무너진 공정을 세우기 위해 경쟁의 가치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민의힘은 2030 세대의 지지를 받게 됐고 호남 지역 지지율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 콘셉트에 ‘김종인 체제’에서 내세웠던 ‘동행’,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가 들고 나선 ‘공정한 경쟁’ 등 미래에 대한 방향성으로 제시한 가치들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반(反) 문재인(이하 반문)’만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선대위 구성에 반문 빅텐트로 정권교체라는 콘셉트 외에 다른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비판에도 선뜻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가 영입한 김한길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연합 대표를 지냈고,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했다. 김병준 위원장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지만, 문재인 대통령 등 민주당 친문 인사들과 등을 돌렸다. 국가주의를 배격한다는 측면에서 윤 후보와 뜻이 통할지 모르겠으나, 국민의힘이 중도와 진보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김종인 위원장이 선대위 인선에 대해 “개인적인 친소관계 보다 선거를 앞두고 뭘 해야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한 배경이기도 하다.

김한길 위원장은 선대위 합류 일성으로 “정권교체야말로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권을 교체해 어떻게 국가를 이끌겠다’라는 비전을 설명할 수 없다. ‘반문’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쳤지만 민주당의 180석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4·15 총선의 실패가 좋은 본보기다.

올해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국민을 10%와 90%로 갈라치기는 국토보유세, ‘국민 자산을 0원으로 만들려고 하냐’는 비판을 받는 블록체인 기반 전 국민 부동산 개발이익 공유시스템, 시한폭탄인 가계부채의 부실을 부채질하는 기본 대출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그리는 미래는 우려스러운 점 투성이다. 그러나 반문 깃발만 나부끼는 윤석열 선대위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중도와 진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에게 어떤 확신을 심어줄 것인지, 윤석열 후보는 답해야 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