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은 왜 그들을 선택했나..외부 영입인사 면면보니

김종윤 기자 2021. 11.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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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 계열사 수장 '외부수혈'.."더 밀리면 끝장" 절박함도
유통 수장 외부인사 '충격요법'..지배구조 개편 핵심 호텔롯데 대표도 외부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의 심장' 유통부문 수장에 외부인사 영입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외부 인사가 유통 부문 수장을 맡은 것은 창사이래 처음이다. '확 바꾸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더 밀리면 안된다'는 절박함도 느껴진다.

이같은 파격의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경쟁사에 비해 성적표가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조직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DNA를 이식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호텔롯데의 수장을 교체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이다. 일본롯데와 연결 고리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상장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롯데쇼핑, 홈플러스 출신 김상현 대표 선임

롯데그룹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 인사안 및 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예년보다 한달 가량 빠르게 임원 인사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군 롯데쇼핑을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에게 맡겼다. 김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유통 전문가로 꼽힌다.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동남아시아 총괄사장·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고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DFI는 홍콩·싱가포르·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1만개 점포를 운영하는 홍콩 소매유통 회사다. 김 대표는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으로 롯데 유통사업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신 회장의 결단은 계속된 롯데쇼핑의 부진에 따른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1조7890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2280억원)와 비교해 3.6% 줄었다. 영업이익은 40.3% 감소한 980억원으로 나타났다. 희망퇴직으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탓이 크지만 경쟁사와 비교해 성적표는 부진하다는 게 신 회장의 판단이다. 전통의 라이벌 이마트뿐 아니라 쿠팡을 포함한 이커머스와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반전의 계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수장은 롯데쇼핑 패션 계열사 롯데지에프알의 정준호 대표가 맡는다. 정 대표는 신세계그룹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신세계맨'이다. 신세계백화점 이태리 지사장·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후 2019년 롯데지에프알 수장으로 영입됐다.

백화점부문의 실적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등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530억원으로 8.5% 증가했지만 여전히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갖춘 정 대표가 백화점의 주력 상품군인 패션을 강화해 반등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의 경우 지난 3분기 코로나19라는 악조건에서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란 성적표를 받았다.

이미 롯데쇼핑의 이커머스는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사업부장(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그는 과거 롯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사실상 이베이코리아의 색깔이 강하다. 일단 롯데온의 올해 누적 거래액은 45% 증가하며 성과를 얻고 있다.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뉴스1

◇ 호텔롯데·롯데컬처웍스, 코로나19 위기 딛고 반전 계기 마련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 수장도 외부 인사가 맡는다.

호텔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안세진 사장은 신사업 전문가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앞으로 호텔 사업군의 브랜드 강화와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호텔롯데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조162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143억원)보다 상승했다. 문제는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손실 폭을 줄이고 있지만 신 회장의 눈높이엔 부족하다.

호텔롯데의 부진한 실적은 상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을 수년 전부터 추진했다. 이를 통해 한국 자금을 끌어모아 일본 기업 이미지를 희석하고 신 회장과 롯데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안 대표에게 호텔롯데의 실적 반전을 꾀하고 상장 해결사 역할을 맡긴 셈이다.

또 롯데컬처웍스 수장엔 최병환 전 CGV 대표가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됐다. 최근 컬처웍스는 코로나19 부진을 털고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은 7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0.2% 증가했다. 영업손실 폭도 줄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의 노하우를 롯데컬처웍스에 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에 주력했다"며 "어떤 인재든 포용할 수 있는 개방성과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조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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