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언론개혁' 결단 내렸다..네이버는?[50雜s]
[편집자주] [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카카오가 결단을 내렸다. 자사의 다음(Daum) 포털에서 언론사 뉴스를 뺀다.
언론사의 콘텐츠 생산 유통 수익모델, 그리고 독자들의 뉴스 소비 일상에도 커다란 변화가 닥칠 것이다. 그래야 한다.
일정도 초스피드다. 1월중순까지 다음 모바일버전 뉴스를 개편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PC버전 개편까지 끝내겠다는 것이다.
뉴스가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니다. '뉴스' 탭에 CP(뉴스제공 계약사) 언론사가 편집한 '뷰(View)' 페이지가 뜬다. 뷰 페이지의 기사를 누르면 각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돼 기사를 보게 되는 아웃링크 방식을 도입했다.
지금은 모바일에서 다음 앱을 켜면 첫 화면에 AI가 편집한 주요기사들이 주루룩 뜬다. 현재는 인링크 방식이라, 누르면 다음 사이트 내에서 기사를 읽는다. 댓글도 다음 페이지에서 단다.
이미 올들어 카카오는 카카오톡 앱에서 뉴스를 빼고 '뷰'방식으로 전환했다. 언론사들도 일반 개인들과 똑같은 자격으로 '뷰'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카톡에서 언론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거의' 사라졌다.
다음 앱과 다음 PC버전은 그대로 기존의 뉴스 편집과 인링크 방식을 유지했는데 이번에 이마저 폐지한 것이다. 다음 뉴스의 킬러 카테고리이던 '랭킹뉴스'도 없어진다.
아웃링크 방식으로 전환하면 포털 댓글도 사라지고 각 언론사 기사에 직접 댓글을 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털 댓글 다는 재미도 없어지면 어떡하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댓글중독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댓글을 통해 누리는 편익보다 '재미'로 던지는 돌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르는 비용이 너무 크다. 해당 기사를 쓴 언론사에 직접 가서 기사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는게 효과도 더 좋을 수 있다.
카카오측은 지금도 뉴스에서 나오는 수익은 대부분 언론사에 배분되고 있어서 수익 감소는 크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직접 수익 외에 뉴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유입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는 PC버전에서는 뉴스편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AI가 편집한 주요기사들이 뉴스페이지 맨 위에 뜬다. 이 기사들은 어느 매체 기사인지 가려져 있는 낚시형 편집을 고수한다. 이어 정치 경제 사회...순으로 주요 기사들이 뜬다. 기사를 누르면 언론사로 들어가지 않고 네이버 내에서 보게 되는 인링크 방식이다.
네이버가 한발 앞서긴 했지만 PC버전에서는 기사편집을 유지했다.무엇보다도 인링크 방식, 그것도 언론사의 네이버 인링크 페이지마저도 언론사가 아닌 네이버가 스스로 제작한 '직영' 방식을 유지했다. 기존의 뉴스 유통형태를 완전히 포기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말이다.
인링크 방식의 구독모델 도입은 언론사들의 네이버 구독자수 경쟁을 불러 일으켜 경품(주로 웹튠 구독권) 경쟁이라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실시간 검색어를 네이버에 앞서 폐지했지만 '랭킹뉴스'를 유지했고, 네이버가 모바일 뉴스편집을 포기한 뒤에도 모바일과 PC 모두 뉴스 편집을 고수했다. 뉴스를 통한 트래픽이 다음으로 옮겨가면서 짭잘한 이익을 봤다. 다음의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언론사의 트래픽 경쟁 무게중심이 다음으로 옮겨 갔고, 선정적 기사를 통한 낚시질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전격적으로 아예 모바일과 PC에서 뉴스를 빼겠다고 밝히면서 '게임 체인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포털을 개혁하지 않고는 진정한 언론개혁은 요원하다는데는 여야가 모처럼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최형두 국민의 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번다는데, 언론에서 취재해서 기사 올려놓으면 네이버와 다음이 가두리 양식으로 뉴스를 제공, 트래픽과 수익을 가져간다"며 포털이 언론 생태계를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언론특위는 당초 출발은 징벌배상 등 여야간 첨예한 갈등이 있는 분야의 조정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징벌배상 포털 확대, 아웃링크, 뉴스편집 등 포털관련 사안들에 대한 개혁방안들이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다.
언론특위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카카오의 구독 및 아웃링크 전면 실시에 대해 "그동안 언론개혁을 위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것을 수용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포털 인링크 시스템에 대해서는 "포털이 뉴스 유통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 언론시장 왜곡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을 통해 아웃링크를 강제하는 것이 힘들더라도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포털은 편집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고 AI편집 등 인위적 편집을 할 때는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포털은 끊임없이 진보-보수, 여야 할 것 없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공격받았다. 네이버 출신 윤영찬 의원은 지난해 9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연설 보도가 다음 메인 뉴스로 선정되자 보좌진에게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는게 사진 기자에게 포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대 대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네이버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게 실시간 검색어를 임의로 조작하고 순위권 기사에서 누락했다며 네이버를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측 진성호 한나라당 뉴미디어분과 간사가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손을 봐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다음에 이어 네이버도 구독-아웃링크 모델을 전면 도입한다면 정치권의 '포털 개혁' 관련 방안 중 뉴스 유통과 관련된 사안들은 큰 뼈대에서 해소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다음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뉴스편집과 인링크 체제를 유지한다면 정치권은 물론 언론 시민사회의 포털 비판을 네이버 혼자 맞게 된다. 다음-진보, 네이버-보수로 독자들의 성향이 뚜렷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의 댓글이 사라지면 포털의 댓글이 극도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는 점도 네이버로선 부담이다.
뉴스시장 비중은 작지만 네이트와 구글도 마찬가지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포털네이트닷컴은 다음-네이버가 외부 비판을 수용해가는 과정의 틈새를 파고들어 오히려 과거의 포털로 회귀하고 있다.
네이트는 '실시간 이슈 키워드' '랭킹뉴스'를 전면에 내걸고, 타 포털은 폐지한 스포츠 연예기사 댓글도 허용한다. 단순히 '허용'하는게 아니라 광고 등을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활용하고 있기까지 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보긴 이르지만, 뉴스소비 패러다임이 바뀌고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용자 참여방식도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아웃링크 방식이 제대로 정착되면 얼마나 양질의 기사가 보기 좋게 진열되고 제공되느냐에 따라 독자의 발길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기사 읽기도 불편할 정도로 낚시성 광고가 화면을 뒤덮고 있는 사이트는 독자들이 한번 들어갔다가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취재한 기사가 아니라 남의 기사 베껴서 선정적 제목으로 분칠해 놓은 짝퉁기사들만 잔뜩 있는 언론사는 기사를 눌러 볼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팩트는 없이 기사인지 선동인지 모를 왜곡 불량 제품을 메인 메뉴로 하는 언론사들은 독자들에게 외면받아 도태돼 갈 것이다.
포털 하도급 미디어에서 벗어나 요즘 말로 '자기 주도 미디어'로 변신, 양질의 기사로 광고와 유료화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언론사들은 성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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