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두대에서 시작해 마켓으로 성장한 이웃사랑..충북 옥천의 행복나눔마켓 아시나요?
[경향신문]
“90세 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일을 못해 생활이 어려운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24일 오전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천통합복지센터 1층에 마련된 ‘행복나눔마켓’에 들어서자 벽면에 붙어있는 손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행복나눔마켓은 어려운 주민들이 눈치보지 않고 물건을 집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이원면에 사는 주민이 남긴 이 편지에는 나눔을 베푸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가득했다. 120㎡ 크기의 행복나눔마켓 한쪽 벽에는 이 편지 이외에도 “힘든 사람들을 도워주셔서 살아가는데 힘이난다. 고맙고 감사하다” 등의 손편지가 여러장 붙어있었다.
행복나눔마켓은 냉장고와 냉동고, 진열대 등이 갖춰져 마치 마트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각각 3개씩의 냉장고와 냉동고에는 육개장과 사골국을 비롯해 음료수, 돼지고기 등 냉동식품과 신선식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4개의 진열대도 각종 물품으로 가득했다. 식가공품 코너에는 라면, 식용유, 밀가루, 쌀 등이 진열돼 있었다. 생활용품 코너에도 화장지와 손제정제, 치약, 칫솔, 세제 등 다양한 생필품이 구비돼 있었다. 진열대 뒷편을 활용해 만든 창고에는 화장지 등 각종 생필품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고객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들이다. 코로나19로 갑자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다. 각 마을의 이장이 어려운 사람들을 발굴한 뒤 읍·면장 추천을 통해 이용 대상이 결정된다. 이들에게는 ‘행복나눔마켓 이용자 카드’가 지급된다. 운영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물건을 고른 뒤 행복나눔마켓 이용자 카드를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 이용자들은 한달에 3만~3만5000원 정도를 가져갈 수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매니저 박홍휘씨(59)는 “눈치 볼 필요 없이 마트나 시장에서 장보는 것처럼 물건을 골라가기만 하면 돼 어려운 이웃들이 맘 편하게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달에 한번 이곳을 찾아 장을 보는 이모씨(62)는 “혼자 살다보니 육개장과 라면 등을 주로 가져다먹는다”며 “어려운 형편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행복나눔마켓은 ‘마르지 않는 샘물’로 불린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지역사회의 온정의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당초 행복나눔마켓은 지난 4월 ‘행복나눔냉장고’라는 이름으로 60㎡ 공간에서 냉장고 2대와 냉동고 1개로 시작됐다. 반응이 좋자 6월에는 90㎡로 규모를 늘렸다. 비치물품도 식료품만 있던 것을 생필품까지 늘렸다. 최근에는 후원물품 보관을 위한 장소를 확대해 규모는 120㎡가 됐다. 물품을 후원하는 기관·기업·단체도 4월 10곳에서 6월 16곳, 현재 32곳으로 늘었다. 이용자는 한달 평균 330명 정도다.
황승일 옥천군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장은 “현재 행복나눔마켓 이용대상은 612명 정도인데 발굴을 통해 1000여명 정도로 늘려 지역에서 끼니를 거르는 사람이 없게하는 것이 목표”라며 “행복나눔마켓은 지자체 예산 없이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 기업과 단체 기관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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