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 주춤?..안심하긴 이르다

박효재 기자 2021. 11. 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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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연 1.0%로 올린 큰 이유 중 하나는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불균형이다. 전문가들은 대출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더라도 감소세로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간 불균형의 매개변수인 저금리를 조속히 바로잡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적어도 내년 말까지 최소 네 차례는 기준금리를 올려 2%대에 진입해야 금융불균형, 가계부채 증가세 문제가 잡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5~6번은 인상해야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한은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올렸는데, 가계들에 빨리 빚을 상환하거나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등 스스로 보호하는 조치를 서서히 시작할 때가 됐다는 신호를 보낸 정도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동 전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약간 둔화되겠지만 부채 액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지 못하는 이상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4분기 들어 전세자금대출 등 실거주를 위한 주담대에 대해서는 은행권 총량관리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최근에는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여유가 생긴 시중은행들 중심으로 대출 영업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음달부터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을 재개한다. 지난달 18일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한 NH농협은행도 다음달부터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주담대를 재개할 예정이다. 전세대출에 대해 분할상환과 부분 분할상환만 허용했던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만기 일시상환 방식도 택할 수 있게 대출규제를 완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에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4%대로 올해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하니 은행들이 연말까지는 최대한 전세대출을 많이 팔아 수익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추가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부채가 급증한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에게 연 1% 초저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취약 차주들에게 대출만 늘릴 경우 가계부채 총량만 늘리고 부실화 가능성만 높아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자영업자 매출 급감이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한 협조에 따른 것인 만큼, 피해 규모가 큰 업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부채 원금을 탕감하는 등 전향적인 조치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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