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금 채굴로 몸살 앓는 아마존.."새 대통령 선출만이 답"

김혜리 기자 2021. 11. 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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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금값이 오르면서 불법 사금 채취업자들에 의한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이달 초부터 아마존 북부 마데이라강에서 금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불법 사금 채취업자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스파도 데 상파울루 등 브라질 현지매체들은 이들이 몰고 온 뗏목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강 위에 작은 마을을 이룬 것처럼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아마존 지역에서 활동하는 그린피스 활동가 대니클리 아귀아르는 “이 정도의 규모 불법 사금 채취는 처음 본다”며 “불법 채굴선들이 모여서 아파트 단지를 이룬 것같다”고 말했다.

아마존 북부 마데이라강에 모인 불법 사금 채취업자들의 뗏목이 줄지어 서 있다. | 브라질 트위터 갈무리
아마존 북부 마데이라강에 모인 불법 사금 채취업자들의 뗏목이 줄지어 서 있다. | 브라질 트위터 갈무리


코로나19로 빈곤층이 늘고 금값은 오르면서 브라질의 불법 금 채굴 산업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현지매체 UOL은 연방정부 자료를 인용해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18년 12월 1270만 가구였던 극빈층이 올해 6월 말 1470만 가구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경제가 얼어붙은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은 상승했다. 2019년에서 2020년까지 금값은 두 배 뛰었으며, 지난 10월 기준 금값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50% 정도 높다. 지난해 브라질은 금 107t을 채굴해 세계 7위 금 생산국이 됐다. 브라질 금 생산량의 3분의 1 정도만 합법적으로 채굴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AFP는 전했다.

한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정권은 채굴 규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아버지가 불법 금 채굴꾼으로 일한 전적이 있는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원주민들이 브라질 영토의 13%나 차지하고 있다”며 원주민 보호구역에서의 금이나 광물 채굴이 불가능해 경제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지난 6월 아마존 개발을 위해 원주민 보호구역을 축소하는 법안 추진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게 아마존의 강과 열대우림에서 불법으로 금을 채굴하는 ‘가림페이로’의 수는 급증했다. 현재 아마존 로라이마주의 야노마미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활동하는 가림페이로의 수는 2만명에 달한다. 야노마미 원주민 수(약 2만9000명)에 가까운 수준이다.

가림페이로의 증가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감소로 이어졌다. 브라질 플루미넨시연방대학교의 루이즈 자르딤 원더레이 교수는 “가림페이로들은 금 채굴량 등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비전문적인 방법으로 금을 채굴하기 때문에 작은 금덩어리 몇 개를 얻자고 넒은 면적의 산림을 파괴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AFP에 따르면 올해 불법 금 채굴로 114km²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 경기장 1만개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진 셈이다.

가림페이로가 아마존에 불러오는 문제는 산림 파괴 외에도 여럿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가림페이로들이 흙에서 금가루를 분리하기 위해 사용한 수은은 100t에 달했다고 AFP는 전했다. 이는 인근 마을 아이들의 80% 이상이 수은에 노출돼 신경 손상의 징후를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원주민들이 주식으로 삼는 물고기가 수은에 중독되는 문제도 빈번하다. 가림페이로들이 머무는 캠프는 마약 거래, 성매매, 노예 학대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활동가들은 현 정권 하에선 불법 채굴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파라주 연방검찰의 헬레나 팜퀴스트 대변인은 “금 로비스트들은 환경부 장관과 고위 관리들과 주기적으로 만남을 갖는다. 정부와 직접적인 연락망이 있는 셈”이라 지적했다. 브라질 환경부 산하기관인 ‘브라질 환경 및 재생 가능한 천연자원 연구소(IBAMA)’의 전 대표인 수엘리 아라우조는 “브라질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다른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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