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스' 너무 진중해진 히어로들
한국 배우 마동석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영화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숨긴 채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는 이야기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올해 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특유의 ‘마블美’는 사라졌다.
7000년 전 괴물 데비안츠로부터 인간을 구해 내며 지구에 상륙한 이터널스 멤버들은 현재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 우주 에너지로 외골격을 만든 ‘길가메시’(마동석)는 파워풀한 주먹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캐릭터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전쟁의 여신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곁에서 보살피고 있다.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하는 ‘세르시’(젬마 찬)와 그녀의 연인 ‘데인’(키트 해링턴)은 괴물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이때 세르시의 전 연인 ‘이카리스’(리처드 매든)가 나타나 현장에서 이들을 구해 낸다. 이터널스의 대장 ‘에이잭’(셀마 헤이엑)의 집에서 그녀의 시신을 발견한 일행은 수천 년 전 자신들이 모두 없앤 데비안츠가 다시 나타난 이유를 찾아 나선다.
영화에는 메소포타미아부터 고대 바빌론, 아즈텍 제국에서 현재까지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여기에다 열 명의 히어로와 각기 다른 그들의 능력을 보기도 짧은 시간에 창조자인 셀레스티얼 아리셈, 데비안츠 등 여러 키워드가 등장한다. 향후 마블이 가장 큰 비전으로 삼고 있는 ‘다양성’을 내세워 다양한 인종과 나이, 성별의 배우들을 등장시킨 것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일단 마블 영화 특유의 ‘재미’가 사라진 점, 슈퍼 히어로가 열 명이나 되지만 그들의 능력이 에피소드 안에 참신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 그들의 정서적 여정과 변화들을 쫓기엔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상대의 정신을 조종하는 이터널스 멤버 ‘드루이그’(배리 케오간)가 연기한 좌절감과 갈등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청각 장애를 지닌 스피드 초인 ‘마카리’와 새로운 기계와 장치를 만들어 내는 ‘파스토스’의 경우 히어로들의 조력자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특히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정찰병 마카리의 액션은 이미 ‘엑스맨’ 시리즈의 퀵 실버와, ‘어벤져스’ 시리즈의 피에트로 막시모프가 보여 준 눈부신 비주얼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눈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감독과 각본을 맡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재미나 액션보다는 ‘감정 서사’에 치중한 것일까. 영화 끝에는 진중함만 남았다. 쿠키 영상 2개, 러닝 타임은 155분이다.
[글 최재민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