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끝났다..이주열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상 배제 못해"(종합)

이재은 기자 2021. 11. 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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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2월 추가인상 강력 시사
속도조절론? "기준금리 여전히 완화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로 인상하면서 ‘제로(0) 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이전처럼 초저금리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시기는 끝났다는 이야기다. 금리인상 배경으로는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세와 가계부채 급증을 꼽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통화정책방향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8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했지만 앞으로 성장과 물가 흐름을 비춰볼 때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면서 “내년 1분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년 1~2월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내년 초 기준금리가 연 1.25%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기준금리 1년 9개월 만에 연 1%대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3개월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금통위는 글로벌 공급차질과 코로나 재확산으로 실물경제 불확실성 요인이 여전하지만,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데다 가계부채가 1845조원 수준으로 불어나는 등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중 주상영 위원만 기준금리를 연 0.75% 수준에서 동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금리인상 행보에 돌입한 한국은행이 내년 1~2월 중 언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인상에도 금리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기 상황 개선에 맞춰 과도하게 낮췄던 기준금리를 정상화시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특히 금통위는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을 강조하면서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축소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등장한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로 바뀌었는데,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선 점을 반영한 문구로 풀이된다.

그래픽=이은현

이와 함께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3%로 올려 잡았다.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2.8%로 예상한 만큼 11월~12월에도 3%대 높은 물가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차질, 소비 회복이 맞물리면서 내년까지 물가상승률이 2%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지금의 기준금리는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해 이례적으로 낮춘 점을 감안해 앞으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누차 강조하지만 금리를 올리는 것은 타이트닝(tightening) 즉 ‘긴축’이 아니고 ‘정상화’다”라고 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1년 이상 0%대 초저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가계대출 억제·美 연준 금리인상에도 선제 대응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 해소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금융불균형이 큰 폭 누적됐기 때문에 거시건전성 정책에 더해서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정상화된다면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입 추구 행위가 줄어드는 등 금융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 빚(가계신용) 잔액은 올해 9월말 기준 184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에 힘입어 증가 속도는 이전보다 둔화됐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커지는 등 내 집 마련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한은은 정부 규제에 더해 기준금리 인상폭도 높아져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시중 유동성(M2 기준)만 보더라도 수개월째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예상도 한국은행의 연속 금리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통상 한은은 연준보다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금리 인상 시점도 한 발 빠르다. 이는 미국보다 금리가 낮을 경우 내외 금리차로 인한 외국인 투자금의 유출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날 이 총재는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는 국내에 영향 많이 주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고려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금통위를 앞두고 상승했던 국채 금리는 한은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올리자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38%p 내린 1.975%을 기록했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0.009%p 하락한 2.3850%에 거래됐다.

이미 국채금리에 기준금리가 내년에 최대 2%까지 오르는 게 반영됐다는 평가에 이 총재는 “기준금리 2% 인상을 전제로 한다는 시장의 기대가 있다는 것을 참고하겠다”면서도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에 달려있지만 1분기 인상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견해에 대해서도 “2월 인상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는데 오히려 ‘정치적 고려를 해야하나’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기준금리는 금융경제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정치 일정이나 총재 임기 등과 결부시켜서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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