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기적을 만든다..'숯불 총각' 김동현의 '비밀'

최보윤 기자 2021. 11. 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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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국민가수]
본선 2차 데스매치에서 1위를 한 김동현. 뒤에 2위 박장현과 3위 이병찬이 축하를 하고 있다. /TV조선

안녕하세요?

이번 ‘다시읽는’ 시리즈의 주인공은 ‘마성의 미성’ 소유자, ‘숯불 총각’ 김동현입니다. 지난달 7일 첫 포문을 연 TV조선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를 빛낸 화제의 출연진이나 명장면을 골라 지면 등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려 드립니다. 빨리 돌아오려 했는데 조금 늦었습니다. 그 사이 김동현님은 ‘데스매치 1위’라는 기록도 세웠네요. 박수!!!

TV조선 유튜브 공식계정

[다시 읽는 국민가수]-올하트로 새로 쓴 이솔로몬의 귀로(歸路)

[다시 읽는 국민가수]-꿈을 현실로 만드는 이주천의 ‘리얼리티(Reality)’

스펀지 같은 ‘국민가수’ 고은성의 첫사랑 [다시읽는 국민가수]

김동현씨는 10월 7일 방송 첫회 마스터 예심 때부터 눈에 띄었던 출연자였습니다. 국민투표 상위권이 말해주듯 목소리 하나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물론 ‘숯불총각’이라는 별명도 머리에 쏙쏙 박히는 데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 200인분의 숯불을 피우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김동현.

TV조선

그 넉넉하고 여유 넘치는 웃음 속에 담겨 있는 애환. 뭐랄까요. 해학을 온몸으로 타고났다 할까요. 찰리 채플린의 희비극을 보는 듯했달까요.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채플린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김동현의 등장 하나로 그는 위안이었습니다. 아직은 젊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다지만, 스스로를 믿고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패기와 용기. 숱한 실패가 그에게 쌓였을지는 몰라도 지금 저희 앞에 김동현은 듣는 이의 마음에 어느새 사라졌던 열정과 사랑의 뜨거운 ‘숯불’을 지피는 마성의 가수로 기억되고 있으니 말이죠.

TV조선 유튜브 내일은 국민가수 공식 계정

‘숯’을 피웠다는 건 매운 눈물을 삼킨 과거에 대한 은유처럼 들렸습니다. 가수를 꿈꿔온 그로서는 연기와 재 등에 목이 상할 수도 있었는데 그는 웃음으로 승화합니다. 지난 본선 3라운드 ‘국민콘서트’를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닭갈비집을 찾아 숯에 불을 붙이며 “옛날 무대가 고팠던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며 불꽃 속에 노래도 불러봅니다.

광활한 부산 바다 앞에서 버스킹을 하고 뒤에선 묵묵히 꿈을 키워갔던 청년. 숯이 ‘정화’의 효과가 있다더니 보는 이를 정화시켜 놓는 힘까지 키운 걸까요. 그의 흥얼거림에 맞춰 점점 달아오르는 불꽃이 마치 ‘올하트’의 황금 물결처럼 보였다면 그의 노래 솜씨에 취한 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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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내일은’ 시리즈 특유의 ‘빨간’ 의상을 입고 등장한 예선 참가자 소개 영상에서부터 그의 유쾌함은 카메라 밖을 튀어나올 듯합니다. 유연한 몸동작에, 바로 개그 무대에 서도 될 듯한 자유 자재의 표정. 웃는 입꼬리 양끝에 사뭇 보조개가 피어나는 건 ‘웃는 모양 이모티콘’ 그 자체입니다. 거기에 터져나오는 부산 사투리의 구수함까지. 김동현의 유쾌상쾌통쾌 친화력은 막내 유하를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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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이야기를 들어봐도 반듯한 성품에 유쾌한 에너지로 주변을 밝히는 존재라는 평이 자자합니다. 국민가수 유튜브 공식계정을 보면 김유하양이 가장 좋아하는 출연진으로 ‘김동현 삼촌’을 꼽았습니다. “웃기고 노래도 잘한다”면서요. 아이 눈에 그렇게 보였다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는 거겠죠? 유하양의 순수한 표정이 답해줍니다. 김유하 인정 ‘국민가수 공식 노래짱+개그캐’라 해도 될듯합니다. 제작진도 김동현의 쉴새없는 재치와 유머에 ‘예능캐(릭터)’ 가능성이 돋보였다고 말했으니까요. 김동현도 제작진에 예능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그의 재치는 지난 18일 방송에서 김성주 MC가 “팀장이 동현씨인데 김유하양이 팀장일 수도 있었겠다”는 눙을 치자 즉석에서 “중간 점검 때 자질 논란이 있었지만 어른으로서 참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버티고 버텼다”면서 MC와 마스터는 물론 관객들을 들었다놨다 했죠.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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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오디션 예심에서 탈락한 ‘쓴맛’을 경험했다 하는데요, ‘국민가수’ 첫 무대서 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목소리에 놀랐던 저로서는 그의 진면목을 왜 몰라봤을까 궁금하기만 했습니다. 누누이 쓴잔을 마셨다지만, 제가 맛본 건 순도 100% 이태리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도 아닌 최고급 트러플을 그대로 그 오일에 담가 우아한 향과 기름이 좔좔 흐르는 매끈한 목소리의 향연이었거든요. 조금 과장됐나요? 아마 ‘국민가수’로 그를 처음 접한 분은 저랑 비슷한 경로를 밟으신 분이 상당할 것 같은데요.

그의 마스터 예심곡 ‘비밀’을 듣다 알고리즘이든, 김동현을 검색해서든, 그가 출연했던 유튜브 ‘창현 거리 노래방’으로 이끌리듯 들어가 노래를 듣게 됩니다. 23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BJ 창현이 운영한 유튜브 ‘창현 노래방’ 속 코너였는데요. 2019년 ‘왕중왕’전까지 올라간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의 노래 영상에 댓글을 보면 당시에 달린 ‘찐 가수다’ ‘실력자’ 등에서부터 ‘국민가수를 보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에서부터 ‘이때부터 잘될 줄 알았는데 국민가수 나와서 반갑다’는 식의 댓글까지 2년의 시간동안 댓글이 쌓여갑니다.

신용재의 '가수가 된 이유'를 부르는 김동현/ TV조선

아델의 ‘헬로’ 같은 경우는 해외 댓글도 상당하더군요. 그가 과거에 부른 애덤 리바인의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를 듣는데, 방황하지만 그래도 길을 찾고 싶어하는 청춘의 자아상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는 작은 스튜디오 속에서 마이크를 잡으며 무척이나 즐기고 있었죠. ‘이 길이 맞는 건지’ 계속 물어보면서도 답을 찾지 못하고, 젊음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계속 두려워지고 스스로를 재촉했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와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김동현의 ‘로스트 스타즈’를 듣는 동안 왠지 모르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떠올랐습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마음두지 못하는 청춘을 그린 듯한 애덤 리바인의 목소리와 청아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울려퍼지는 괘종시계 같은 김광석의 아련함은 부여잡지 못하는 걸 알기에 더 애절한 청춘을 그려내지요.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들리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재생하며, 국민가수 무대 현장에 있는 김동현을 떠올립니다.

TV조선

그는 고등학교 졸업 뒤 부산에서 실용음악학원을 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어쿠스틱 락 밴드 ‘아띠밴드’를 결성해 그들의 노래를 찾는 곳은 어디든 찾아갔죠. 광안리, 서면, 영도, 부산 바다 바람을 맞으며 거리 버스킹에서부터 다양한 무대를 젊은 혈기로 누빕니다. 청춘. 그는 김동현이었습니다. 김동현이 제작진과 나눈 7문7답을 보면 만약 1등해서 우승 상금 3억원을 받게 되면 무얼할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더군요. 함께 음악하던 친구들에게 연습실을 지어주고 싶다고요. 수년간 같이 했지만 아직도 연습실이 없어서 집에서 윗집 옆집 눈치보면서 살살살 소리내면서 연습하고 있다고요.

여기서 그가 예심곡으로 고른 부활의 ‘비밀’을 다시 한번 들춰봅니다. 인기 밴드이자 ‘부활’의 영원한 리더 김태원이 박완규의 재기를 위해 만든 노래였죠. 보컬과 리더로 만났으나 결국1997년 팀을 떠나 솔로로 데뷔한 박완규. ‘천 년의 사랑’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이후 박완규에겐 돈도 명예도 건강도 제대로 남은 건 없었다지요. 14년 만에 마치 ‘로스트 스타즈’의 가사처럼 박완규를 부른 김태원.

TV조선 ‘백세누리쇼’에 출연한 록 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

그는 성대결절 염증 등의 문제로 거의 노래를 할수 없는 지경이라는 진단을 받고서도 결국 스스로를 이겨냅니다. 의사도 장담하지 못했던 목 상태. 빨라야 5개월 걸릴 치료가 1개월 만에 깨끗이 달라졌다지요. 결국 이 노래는 박완규에게 말 그대로 ‘부활’이라는 ‘기적’을 가져다줬습니다.

김태원 스스로도 아이의 아픔으로 인한 어려움과, 마약과 알코올 중독 등에 빠져 망쳐버렸던 자신을 극복해내며 세상과 화해해나갔죠. 김태원은 ‘우연에서 기적으로’(2011)라는 책에서 우리가 지금은 ‘우연’이라고 말하는 순간도 나중에 기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시간에 충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요.

TV조선

지금 경쟁의 순간에도 ‘로몬이형’이라며 이솔로몬과 ‘숯로몬’ 커플로 어느새 ‘형제애’를 나누고 있죠. 둘이 보여준 부활의 ‘사랑이란 건’ 역시 기억 남는 무대 중 하나로 꼽히고, 상경부의 ‘러브포엠’은 최고의 화합으로 꼽히고 있죠.

김동현과 이솔로몬이 함께한 부활의 '사랑이란 건'. 김태원이 자신의 병간호를 하며 곁을 지켜준 아내를 위해 만든 곡이다. /TV조선

유하한테는 ‘1위 픽(pick)’까지 받은 배려와 유머, 친화의 아이콘 김동현.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노래한 부산 친구들을 한 시도 잊지 않는 그의 우정어린 모습에서, 또 ‘맛집’을 추천한다면서 ‘어머니도 진짜 좋아하시는 팥빙수집’이라고 말하는 자상함에 어느 새 흐뭇해집니다. 부산 밤바다의 별빛을 받으며 노래하던 김동현은 이제 진짜 ‘별’로 거듭나고 있겠죠?

TV조선

이 밑에는 김태원이 작사작곡한 김동현의 마스터 예심 도전곡 ‘비밀’입니다. 언제나 시처럼 가사를 쓰는 김태원. 그를 지탱해준 그의 아내이자 모든 영감의 원천인 뮤즈 이현주씨와의 사랑이야기를 대입해도 어긋남이 없어보이죠. 남녀의 이야기로 보아도 되고, 박완규처럼 떠났던 이를 받아들이고 간직하는 마음으로 봐도 되겠죠. ‘넌 내 안에 늘 있다’는 가사처럼 누군가를 늘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너’라는 걸 ‘노래’로 대입하면 그 자체로도 이야기가 됩니다. 가수에겐, 김동현에겐 또 그만큼 절실한 것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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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비밀-김태원 작사작곡>

빈 의자와 마주 앉아서

가끔 나 혼자서 말을 하고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 뒤돌아보게 되고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

상처들이 아물어 가면

설레이던 너는 설레이던 너는

한편의 시가 되고

너무나 보고싶어서 보고싶어져서

가끔씩 홀로 두 눈을 감곤 해

너와 나 사랑을 하던 날들과

헤어지던 날을 난 간직하게 돼

너무나 그리워져서 너무 그리워서

너의 이름을 홀로 부르곤 해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넌 내 안에 늘 있나봐 있나봐

비밀처럼 계절이 흘러

상처들이 아물어가면

설레이던 너는 설레이던 너는

한편의 시가 되고

너무나 보고싶어서 보고싶어져서

가끔씩 홀로 두 눈을 감곤 해

너와 나 사랑을 하던 날들과

헤어지던 날을 난 간직하게 돼

너무나 그리워져서 너무 그리워서

너의 이름을 홀로 부르곤 해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넌 내 안에 늘 있나봐

너무나 보고싶어서 보고싶어져서

너의 이름을 홀로 부르곤 해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난 네 안에 늘 있나봐 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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