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도 문제, 안 와도 문제..윤석열의 '김종인 딜레마'

박성의 기자 2021. 11. 25. 14: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합류 불발되면 '김종인發 네거티브' 직면
극적 합류 즉시 '여당發 상왕 논란' 우려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정치권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몽니'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 전 위원장 없이 대선에 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불참을 결정할 경우, 윤 후보의 가장 큰 '우군'이 '안티'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김 전 위원장의 모든 제안을 수락해 극적으로 합류를 이끌어낸다 해도 '상왕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 영입을 둔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시사저널

김종인, 작별 순간 '안티'로 돌변할 가능성

"신문에 주접을 떨어놨던데, 그 뉴스 보고 잘됐다고 그랬다."

김 전 위원장은 25일 '윤 후보 측이 김 전 위원장에게 최후 통첩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나는 밖에서 돕겠다고 한 적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말 중 선대위 합류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자꾸 말을 만들어내면 서로 기분만 나빠지니까 질문들 하지 마라"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과의 화해 무드를 조성하기 위해 비공개 회담까지 가졌다. 그러나 회동 이후 김 전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되레 세졌다. 취재 과정 중 만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가 한 번도 아니고 삼고초려를 한 셈이다. '주접'이라는 단어까지 나왔는데 윤 후보 측 사람들이 좋게 생각할 리가 있겠나"라며 선대위 분위기를 전했다.

김 전 위원장 영입을 강력하게 추천했던 이준석 대표 역시 '플랜B'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지만, 김 전 위원장 없이 구성해야 한다면 다른 총괄선대위원장을 세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김병준 전 위원장에게 상당한 부분의 영역을 만들어주고 그분도 주도권을 발휘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이 대표의 복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야당 내 분위기다. 김병준 전 위원장이 자발적으로 직을 던지지 않는 이상, 윤 후보가 '김병준 카드'를 폐기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톱 리더'를 지향하는 김 전 위원장은 합류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전 위원장이 야인이 되는 순간 윤 후보의 우군이 아닌 적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직후에도,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에 비유하는 등 야당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여당이 아닌 같은 진영 내 좌장으로부터 쓴소리가 제기될 경우, 윤 후보가 방어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과 설전을 주고받는다면 '집안 다툼' 양상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를 돕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이후 윤 후보가 어떤 논란에 휩싸일 때 그분(김 전 위원장)이 밖에서 '거봐라, 내가 그럴 줄 알았다'라는 식으로 나오면 윤 후보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밖으로 나가서 쓴소리를 시작하면 윤 후보로서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손 잡으면 상왕 논란 감내해야

다만 아직 김 전 위원장의 합류 가능성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이 극적으로 맘을 돌려 윤 후보의 손을 잡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윤석열 선대위'의 진용은 빠르게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과 손발을 맞춰본 바 있는 이 대표 역시 일사분란하게 대선에 임할 수 있다. 강력한 리더십과 정책 능력을 갖춘 김 전 위원장이 합류하면, 민주당으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선대위로 부르기 위해서는, 조건 없이 김 전 위원장의 모든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 김병준 전 위원장을 김 전 위원장 지휘체계 한참 아래 두거나, 보다 작은 조직의 장으로 보직을 변경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김 전 위원장이 비토하는 모든 인물은 선대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이 경우 '상왕 논란' 재점화될 수밖에 없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완전 백해무익한 밀당이었고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한 달"이라며 "윤석열은 사라지고 김종인만 남았다. 세간에서는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 아니야'라는 농반 진반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 바로 상왕을 모시는 지도자다. 지도자라면 자기 머리로 얘기하고 자신만의 소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윤 후보는) 김종인이라는 상왕의 말만 따르겠다는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선대위를 이끌게 되면 캠프에 '상왕 리스크'가 불거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