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지금..

2021. 11. 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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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만의 일이다. 싱가포르 발 항공기를 탄 단체 관광객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15일 한국과 싱가포르 간 체결된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협정에 따라 싱가포르 관광객 약 200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해외 단체 관광객이 이토록 반가운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우리의 일상이 조금이라도 회복되었다는 징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며 이런 생각도 했다. 한산했던 국제공항도 이제 곧 붐비겠구나… 마침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김태영 검역관과 전화 인터뷰를 할 기회가 생겼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김태영 검역관


하늘길 감염병 방역의 나들목 역할을 하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상황은 어떤지 궁금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실시 이후, 검역에 어떤 변화가 있느냐는 나의 첫 질문에, 김태영 검역관의 대답은 단호했다.

“단계적 일상회복과 상관없이, 검역은 똑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똑같다’는 말, 이 단순한 한마디를 듣자 무척 안심됐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사실 성실한 누군가의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인 덕임을 와락 깨쳐주는 말이다. 그러고 보니 검역 업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인천국제공항검역소에서 입국자들이 역학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건강상태 질문서, PCR 음성 결과 확인서, 백신 접종 증명서, 격리 면제서 등 출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발열체크와 1차 검역 후 필요한 경우 심층 인터뷰를 실시하며, 격리 면제, 자가 격리, 시설 격리 등을 안내하는 일을 합니다. 검역관 가운데는 여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간혹 민원인이 검역에 불응하시고 완력을 쓰거나 말씀을 험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입국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검역관.

 

검역 업무에 대한 질문에 따라붙는 곤혹스러운 경우는, 많은 수의 민원인을 응대하는 방역 현장에서 피하기 힘든 갈등이기도 하다. 공항경찰이 출동해도 막무가내인 경우도 많다고 하니 현장에서 느끼는 피로와 곤란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이 쉽지 않다. 검역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대응할 방안이 마련돼야겠다. 김태영 검역관의 말이 이어진다.

“심지어 고소를 당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마음도 들지만, 검역관 일이 사실 사명감, 책임감이 큰일이기도 해서 감당하고 있고요, 주변 동료들 정말 검역 업무 하는 것 보면 물 샐 틈이 없거든요. 현장에 와 보고 놀라는 분들이 많으세요. 너무들 열심히 하니까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출입국자가 많기는 했지만, 선택과 집중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메르스의 경우 중동발 항공기를 집중적으로 검역하는 식이었는데, 코로나19의 경우는 모든 항공편이 검역 대상이다. 국방부 지원으로 인원 보충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하다. 특히 숙련된 인원은 늘 필요한데 이 부분이 아쉬운 상황이다. 힘이 들 때는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고생이 많다. 안심된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시민들이 저희 보며 이런 얘기해 주시면 바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역시 다정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상처 내는 말도 있지만 위로하는 말도 있는 법, 다행이다. 시민들이 지켜줬으면 하는 출입국 수칙을 물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누리집.(출처=국립인천공항검역소)


“공항 이용하시기 전에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누리집(http://nqs.kdca.go.kr/nqs/quaStation/incheonAirport.do?gubun=step) 설명을 꼭 미리 보시고 필요한 서류들을 프린트하셔서 제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제시’가 아니라 ‘제출’이거든요. 그래야 검역 대기 시간도 줄어들고 더 철저하게 검역을 하는 효과도 가져옵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만 바란다면 끊임없이 불편할 거예요. 그냥 불편을 일상 속에서 잘 안고 사는 법을 찾으면 어떨까요?”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보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이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김태영 검역관의 말은 어쩌면 이 시기를 보내는 가장 현명한 답이 아닐까 싶다. 일상 속에서 불편을 잘 안고 사는 법, 불편보다는 불가피한 필요라고 생각하면 마음이나마 덜 답답하지 않을까?

점심, 저녁 꼭 식사 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비행기들, 검역 업무를 하고 나면 검역관들은 정작 밥 먹을 시간을 놓치기 일쑤라고 한다. ‘밥 언제 먹지?’란 말을 달고 산다는 검역관들의 일상을 살피며, 오늘도 무탈했던 나의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이웃 시민의 노고가 함께하고 있는지 또 한 번 생각했다.

정책기자단|신연정yjfpeace@naver.com
남다르기 보다 나 다운 글을 쓰려 노력합니다.
시민의 눈높이로 본 정책을 쉽고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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