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진호' 흥행에 고무된 중국..'항미원조' 영화 줄 잇는다
[경향신문]
중국에서 한국전쟁을 소재로 만들어진 애국주의 영화 <장진호(長津湖)>가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껏 고무된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으로 부르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승리의 역사를 강조하며 애국주의 열풍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최근 채택한 ‘역사 결의’에서도 항미원조 전쟁을 ‘위대한 승리’의 역사로 규정했다.
중국 영화 예매사이트 마오옌(猫眼)은 25일 오전 현재 <장진호>의 누적 흥행 수입이 56억9500만위안(약 1조6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2017년 개봉한 영화 <특수부대 전랑(戰狼)2>가 가지고 있던 역대 최고 흥행 기록(누적 수입 56억9000만위안)을 넘어선 것이다. <장진호>는 중국이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맞춰 역대 최대인 13억위안(약 24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만든 영화다.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장진 일대에서 미군에 맞서 승리를 거둔 장진호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이 영화는 지난 9월30일 개봉 당시부터 애국주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을 다룬 애국주의 영화의 성공에 한껏 고무됐다. 영화 배급사 측은 이달 말까지로 예정했던 <장진호> 상영 기간을 연말까지 한 달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속편인 <장진호 : 수문교>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장진호> 시리즈 외에도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여러 편의 애국주의 영화가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관영 CCTV가 지난해 한국전쟁 참전 70주년과 올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제작·방영한 드라마 <압록강을 건너다>가 영화로 만들어져 곧 개봉할 예정이다. 중국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이 딸인 장머(張末) 감독과 공동 연출한 영화 <저격수>도 내년 초 춘제(春節·중국 설)에 맞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저격수> 역시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저격 소대에 맞서 싸운 중국 병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미원조 영화다.
반미·애국주의 영화의 잇단 개봉은 미·중 갈등 상황을 반영한다. 내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애국심을 고취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도 있다. 중국의 한 영화평론가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가 한국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대만 섬과 미국 같은 일부 국가가 민족 통일 문제를 건드리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며 “전쟁 영화는 젊은 세대에게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애국심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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