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상위 1%' 대기만성 KT 유한준이 수많은 유한준들에게 [아듀! 유한준②]

최익래 기자 2021. 11. 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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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8년차.

유한준의 프로 커리어 첫 10년은 그렇게 평범했다.

유한준의 프로 첫 10년은 1군 663경기에서 타율 0.267, 31홈런, 269타점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실 프로에는 유한준의 첫 10년에 가까운 선수들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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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 스포츠동아DB
프로 18년차. 첫 10년과 다음 8년이 아예 달랐다. 평범한 99%의 선수에서 상위 1%까지 올라선,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이 너무도 잘 어울렸던 유한준(40·KT 위즈)이 정상에서 유니폼을 벗었다. 여전히 불확실과 싸우는 수많은 유한준들에게 남긴 메시지는, 그래서 값졌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한준은 군 입대 전까지 1군에서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전역 후인 2010~2011년에 2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치긴 했지만, 이후 2012~2013시즌 다시 부진하며 자리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 유한준의 프로 커리어 첫 10년은 그렇게 평범했다. 이후 8년은 완전히 달랐다. 2014년 데뷔 첫 규정타석 타율 3할 달성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최다안타 1위(188개), 타율 2위(0.362)를 기록해 첫 골든글러브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후 KT 유니폼을 입은 뒤에도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팀의 리더 역할을 맡았다.

유한준의 프로 첫 10년은 1군 663경기에서 타율 0.267, 31홈런, 269타점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8년간 987경기서 타율 0.322, 120홈런, 614타점으로 완전히 다른 커리어를 남겼다. 신체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30대부터 야구에 만개한 사례는 그리 흔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기록 이면에 숨은 엄청난 땀방울이 만들어낸 결과다. 자신을 향한 칭찬을 머쓱해하는 그도 대기만성 등의 수식어는 꺼리지 않았다.

사실 프로에는 유한준의 첫 10년에 가까운 선수들이 훨씬 더 많다. 마지막 8년만큼의 화려하게 프리에이전트(FA) 계약까지 따내는 건 상위 1%에 불과하다.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절대다수의 유한준들에게, 은퇴 시점에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얘기를 꺼냈다.

“진부한 얘기지만 토끼와 거북이 이솝우화를 정말 좋아한다. 결국 자기 길을 꾸준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더라. 조금 느리게 갈지언정, 한 발씩 계속 걷기만 하면 된다. 결국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지 않나.”

신중히 말을 이어가던 유한준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더니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많은 이들에게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힘겨웠던 첫 10년. ‘힘내라, 괜찮다’는 조언을 믿고 버티다 쓰러진 사례도 수두룩하게 목격했다. 그 당사자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조언 한마디조차 신중했다.

유한준은 “말이 이솝우화고 말이 쉽다. 당장 그 한 사람 개인은 얼마나 힘들겠나. 그 누구라도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프로선수에게 야구는 직업이다. 지금은 불투명한 미래가 정말 힘들겠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한 걸음씩만이라도 앞으로 떼길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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