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감독 "시즌2? 후속 이야기는 만화로 작업"[EN:인터뷰②]

이민지 2021. 11. 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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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인 웹툰 '지옥'은 '송곳'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부산행', '반도'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아 완성해 연재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최규석 작가와 함께 각본을 쓰고 웹툰의 세계를 영상으로 옮겨왔다.

-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한국 사회를 반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옥'에서 종교적 광기에 중점을 둔 배경이 궁금하다 ▲ 대학시절 미술을 전공했다. 미술이라는 것은 사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어떤 식으로 그려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보이는 것이라는 것이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것일 수 있지만 몸으로 체험하거나 느끼는 것도 본다고 표현한다. 그것을 어떤식으로 묘사하는 것이 미술에서 중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영상 매체로 전환했을 때도 비슷하다 생각했다.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어떤 식으로 묘사하고 포커싱해 그려낼 것인가가 중요한 모티프가 된다. 종교와 인간이라는 관계가 극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매개라 생각했다.

- 박정자 역을 맡은 배우 김신록에 대한 호평이 뜨겁다 ▲ '방법'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만났다.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김용완 감독이 김신록 배우를 추천했다. 그 전에는 그 배우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님 '버닝'이라는 작품에 잠깐 나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인상적인 배우라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김용완 감독이 김신록 배우가 연극에서 보여준 연기가 엄청나다며 추천했다. '방법'을 보고 너무 놀랐고 배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옥' 박정자 역할을 김신록 배우가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제안했다.

- 웹툰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비주얼적인 측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가장 신경이 쓰였거나 혹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면? ▲ 아주 현실적인 세계에서 갑자기 일어난 초자연적인 현상이다. 현실세계와 이질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구현됐을 때 실제로 일어난 것 같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상충된 생각을 했다. 내가 영화를 접하고 영화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서브 컬쳐 영향을 워낙 많이 받았다. 서브컬쳐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결과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 신생아에게 지옥행을 고지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사람의 잘못을 신이 심판한다는 것에서 신도 잘못할 수 있다는 것을 확증하는 계기가 된다. 종교인들은 이 또한 신의 뜻이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장면을 연출한 의도는? ▲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한 설명과 메시지가 필요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이것의 의도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의 이후 세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지점이 '지옥'이라는 작품의 후속 이야기의 중요 모티프가 되고 있다. 이 생각이나 이후 일어난 일들에 대한 설명은 후속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웹툰을 작업할 때 최규석 작가와 어떻게 역할 분담했는지, 또 드라마 극본 작업 때는 어떻게 분담했는지 궁금하다 ▲ 최규석 작가와 나는 대학교 다닐 때부터 친한 친구이다. 역할 분담이라는게 의미 없을 정도로 작품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 하고 같이 구상했다. 역할을 분담하자 하기에는 둘이 붙어서 자연스럽게 같이 만들어낸 작품이라 보면 될 것 같다.

- 웹툰 결말이 드라마 '지옥'과 다른 이유는? ▲ 시리즈 결말은 웹툰 작업할 때부터 이야기적으로 존재했다. 넷플릭스의 시리즈화가 결정된 것은 만화가 연재 종료되기 전이었다. 만약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 시리즈를 제작하는 제작팀과 의논했다. 만화의 마지막 장면이 구상되지 않아 안 넣었던 건 아니고 만화가 먼저 공개되고 시리즈가 제작되다 보니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완결된 상태에서 영상화 되는 것이 아니라 만화와 영상을 동시에 전략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같이 논의해 좋았다. 공개 시기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었다.

- 시즌2 계획을 가지고 있나 ▲ 최규석 작가와 구상할 때부터 이 상황을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를 많이 이야기 나눴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든다기 보다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을 이야기 하고 하나의 스토리를 뽑아서 만들었다. 시즌2라기 보다 이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에 대해 최규석 작가가 여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최근 최규석 작가와 이 이후 이야기를 만화로 작업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이어지는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의 영상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있지 않은 상태다. 추후 논의 해봐야 할 것 같다.

- 제작발표회에서 '지옥'은 영화적으로 감독님이 놀 수 있는 세계관이라고 했는데 연상호 감독에게 작품으로서 '지옥'이 가진 매력과 의미는 무엇인가 ▲ '지옥'은 고지와 시연이라는 상황만 가지고 마치 게임 속 메타버스 같이 이런 현상이 있으면 어떻게 움직일까를 지켜보는 과정이었다.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찾아내려 했다. 일종의 가상세계, 최규석이란 크리에이터와 내가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가상세계라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놀이터라 이야기 했다.

- 연출하는 과정에서 혹시 영감을 얻은 실제 사회적 사건이 있나 ▲ '지옥'을 하며 주요하게 생각한건 기존의 사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기 보다 시연과 고지라는 상황이 주어진 세계관을 짓고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묘사하려 했다. 특정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들을 오히려 빼려고 했다. 물론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실제 상황에서 있을 법한 일이 되는 것들이 중요했지만 그것이 특정 사건으로 보이진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 배우들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 ▲ 참여해준 배우들이 진지하게, 내가 처음 이 세계를 생각했을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캐릭터들에게 현실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해줬다. 이 작업에서 제일 좋았던 것들은 감독과 배우가 아니라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모여 같이 공연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런 면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

-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해외 평가가 나온다. 한국드라마의 세계적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가 한 15년 전부터 전세계에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최근 폭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전에도 한국에는 좋은 영화와 드라마가 존재했고 그것들을 알아봐주는 세계인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지금 사랑 받는건 10여년 전부터 한국, 드라마가 세계시장의 벽에 천천히 내기 시작한 균열들이 모여서 둑이 무너지는 것처럼 쏟아지는거라 생각한다.

- 이미 1000만 흥행 감독이고, 원작 반응도 좋아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IP를 갖고 가서 수익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두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택한 이유는? ▲ 나는 이 작품을 만화 '지옥'으로 만들었고 이 작품에 대한 원작 IP인 원작자인 최규석 작가와 내가 가지고 있다. 영상화를 생각했을 때 가장 원작 그대로 만들 수 있는 회사, 혹은 플랫폼이 넷플릭스라 생각했다. 넷플릭스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만들어내기를 바랐다. 그런 측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게 된 것 같다.

- '지옥' IP를 가지고 있다면 추후 다른 플랫폼을 통해 후속 시리즈를 만들 가능성도 있나 ▲ 나와 최규석 작가가 원작자이기 때문에 원작 저작권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고 넷플릭스는 영상화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퍼스트 옵션이라 만약 넷플릭스가 안한다고 하면 다른데서 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영상화에 대한 첫번째 옵션을 가지고 있긴 하다.

-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을 마친 소감, 장단점 등을 짧게 여쭙고 싶습니다. ▲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좋은 플랫폼이다. 배급 방식이 기존과 다르고 글로벌하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영역 역시 넓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에 먼저 보여진다는 제약이 없다 보니 조금 더 자유로운 기획을 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서로 다른 문화권을 가진 여러 나라에 동시에 공개하고 반응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고 새로운 경험이다. 아무래도 '지옥'이라는 작품이 넷플릭스와 첫 작품이고 성공으로 가고 있다. 넷플릭스와 또 작업한다면 이와 비슷한 성공을 하기 위해 비슷한 방식을 취하기보다 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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