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연상호 감독 "글로벌 1위? 어리둥절 하다"[EN:인터뷰]

이민지 2021. 11. 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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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작인 웹툰 '지옥'은 '송곳' 최규석 작가가 그림을, '부산행', '반도' 연상호 감독이 스토리 집필을 맡아 완성해 연재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은 최규석 작가와 함께 각본을 쓰고 웹툰의 세계를 영상으로 옮겨왔다.

- 넷플릭스 글로벌 1위 기록 소감은? ▲ 당황했다? 어리둥절한 상태다. 공개되고 자고 일어났더니 그렇게 됐다고 해서 어리둥절하다. 연락을 많이 받았다. '이분도?'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 '지옥' 전반부 1~3회까지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데까지 진입장벽이 있다는 반응도 있다 ▲ 넷플릭스와 '지옥'을 구상할 때는 이 작품이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거라는 생각보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나 딥하게 보실 수 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될거 같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봐주시고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눠주시는게 오히려 신기하다. '지옥'은 시리즈를 통해 생소해 보이는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세계에 빠져드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한건 사실이라 생각한다.

- ‘지옥’은 마냥 철학적인 질문에 무겁게 짓눌리지만도 않고, 장르물이 가진 재미를 충실히 유지하는 작품이다.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 테크닉적으로 밸런스를 유지하자는 생각보다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만화나 작품, 메시지와 재미가 공존한 작품들이 있었다. 최규석 작가와 처음 만화를 구성할 때 이야기 했던 작품은 '20세기 소년' 같은 작품이었다. 대학생 때 처음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 받았던 느낌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작품을 기획했다. 그런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밸런스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 종교적인 화두를 던지는 민감한 부분을 어떻게 그리려 했나 ▲ 종교와 인간의 관계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좋은 장치라 생각한다. '지옥'은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 안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코스믹 호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 공포,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들의 모습을 다룬다. 그런 장르가 거대한 미지의 존재와 인간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 거기서 피어나는 인간의 강함을 표현하기 좋다 생각한다. '지옥'은 종교적 색채도 있지만 코스믹 호러 장르에 충실하게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코스믹 호러 장르는 미스터리한 것을 미스터리한 채로 남겨둔 채 그 앞에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현실적이고 디테일하게 표현하는게 중점이라 생각했다. 더 미스터리한 일을 설명하기 보다 사람들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이 작품 안에서 하는 인간들의 고민이 현실 속 우리의 고민과 닮아있어야 한다 생각했다.

- 화살촉 인터넷 방송 장면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현실을 잘 고증했다는 반응도 있지만, 불쾌하다는 반응도 많은데 ▲ 화살촉이란 존재는 스피커의 시각적 실체라 생각했다. 자기의 모습을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스피커로서 사람들을 끌기 위한 목소리가 중요했다 생각했다. 김도현 배우가 연구를 많이 했다. 여러 방송을 보며 '이렇게 표현하는게 더 리얼하겠다' 하는걸 연구해줬다. 목이 쉰 상태로 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열심히, 리얼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 불쾌하다는 반응도 프로파간다성의 스피커 모습이 실체화 되니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반응 아닐까 싶다.

- ‘지옥’은 지옥행 날짜를 사전에 고지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사람에게는 그 시간까지가 현생의 지옥이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이런 설정을 구상하게 됐나 ▲ '부산행'이란 작품을 만들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하게 정해져있다. 그 종착지를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했다. '부산행' 때도 부산이라는 종착지가 인간의 인생과 닮아있다 생각했다. 이번 작품은 그 종착지라는 것이 예상치 못하게 고지 됐을 때 인간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상상에서 구상을 시작했다. 비슷해보이지만 다른 식의, 미묘한 설정 차이만으로 평범한 삶과 극적인 삶이 그려진다. 그런 설정이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데 주효했던 것 같다.

- '지옥'이라는 직설적인 제목을 지은 이유는? ▲ '지옥'이라는 제목은 단순하게 정했다. 예전에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부터 큰 의미를 생각하진 않았다. 오히려 제목을 짓고 생각을 많이 했다. 과연 '지옥'이라는 단어가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의문이 먼저 들었다. 사람은 무엇을 보고 지옥이라는, 어떻게 보면 실체가 없는 것에 이름을 붙이게 됐는지. 그런 상상들이 이번 작품에서도 큰 모티프가 된 것 같다.

- '부산행', '반도', '지옥'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아이를 계속 등장시켜왔다 ▲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까 아이들만 봐도 기분 좋은게 있다. 아이라는 존재는 아주 조그마한 사랑만 줘도 크게 만족하는 존재라 생각한다.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정말 끔찍한 사회라 생각한다. 아이에게 희망이 안 느껴지는 사회라면 더이상 유지될 필요가 없는 사회라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작품에 반영되는 것 같다.

- 혹시 종교가 있나, '살인인가 천벌인가' 부제의 물음에 어떤 답을 하겠나 ▲ 얼마나 그 종교에 충실한가에 의미로 따지자면 특정 종교가 있다 하기도 어렵다. 사실 종교라는 것이 믿음 보다 질문이라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나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고 종교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살인인가 천벌인가'가 질문에 대한 답이라기 보다 살인이든 천벌이든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가 이 작품의 메시지라 생각한다.

- 지옥을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죽음을 고지받을 경우 가장 극단적인 상황이었던 20년 전 vs 30초 전 선택지 고르기 토론도 이어지고 있다. 어느 쪽을 고르겠나 ▲ 20년을 선택할 수 있다. 정리할 상황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인터뷰②에 계속)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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