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무엇을 위한 과학기술인가

2021. 11. 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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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등의 생태·환경적 위험, 감염병 위험, 디지털 격차,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이 일상생활의 평온함을 위협하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근본적 고민이 대두됨에 따라 과학기술의 비전과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언급된 문제들이 과학기술, 정치, 행정 등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이라는 영역으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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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등의 생태·환경적 위험, 감염병 위험, 디지털 격차,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인 문제들이 일상생활의 평온함을 위협하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근본적 고민이 대두됨에 따라 과학기술의 비전과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언급된 문제들이 과학기술, 정치, 행정 등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R&D)이라는 영역으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이다. 논의의 확장에는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즉 기술결정론과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 혹은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결정론은 기술 발전이 고유의 발전논리를 지니면서 사회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론이다.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은 기술은 사회와의 사회적 작용과 협상에 따라 구성된다고 하는 주장이다. 최근 몇년간의 기술과 사회에 대한 담론은 기술결정론보다는 사회적 구성론에 가깝다.

전기차를 예로 들어보자. 전기차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828년 헝가리에서 제작된 전기차 모형이 선보인 이래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정된 배기가스 제로법과 맞물려 전기차가 개발된 바 있으나 곧 자취를 감추게 된다. 2006년 크리스 파인 감독의 ‘Who Killed the Electric Car’라는 다큐멘터리는 2005년에 상용화가 가능했던 전기차가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던 정유업계와 내연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던 기존 자동차업계 등 사회집단의 로비로 인해 폐기되면서 전기차를 죽였다고 주장한다. 당시 전기차가 지닌 기술적 결함을 상용화 지연의 원인으로 보는 학자들의 의견이 타당하다 하더라도 당시 배기가스 제로법이 사라진 것과 전기차 생산의 중단이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자동화기기에 가깝던 로봇청소기시장이 형성돼 반품률로 인한 오명을 뒤로하고 오늘날 생활필수가전으로 자리 잡게 된 당시 배경에는 소비자 니즈보다는 신시장 창출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함께 ‘아톰 문화권’으로 표현되는 긍정적 이미지, 즉 문화적 요인이 존재한다. 이렇듯 새 제품이나 기술이 현장에서 수용되는 과정은 과학 혹은 기술의 완성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이 언제나 기술적으로 우월해서 시장이나 사회에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와 로봇청소기 사례에서처럼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상호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보면 혁신의 의미도 비로소 사회가 기술을 수용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간 미래 먹거리, 첨단 기술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풍요로운 사회구현과 인류사회 기여라는 목표달성을 위해 어떻게 R&D 투자를 해야 할지로 화두를 바꿔야 한다. 발생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글로벌 이슈들이 어떠한 현상을 야기하고 우리는 어떻게 적시 대응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혁신에서 가치혁신으로 R&D의 목표를 확장시켜야 하며 과학기술과 사회 간 지속적 소통을 통해 다양한 구성원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좀 더 논의를 확대해보자면 우리가 그리는 미래에 따라서 우리의 요구와 목적에 맞는 과학기술의 등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과학기술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속에서 우리가 과학기술을 통해 제공하려는 가치는 무엇이며 어떻게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성찰과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분석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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