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군량미·전쟁비축미 푼 북한..주민 '애국미 헌납' 띄워

국경봉쇄 등 식량난 심화, 헌납미로 빈 곳간 채우려는 의도인듯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추수를 마친 북한이 나라에 쌀을 바치는 '애국미 헌납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25일 곡창지대로 알려진 황해북도 서흥군의 농민들이 올해 수확한 곡식 130여 톤(t)을 애국미로 헌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방송은 "올해 예년에 보기 드문 작황을 마련하고 국가에 더 많은 알곡을 내기 위해 애쓰는 농장원 분조 작업반대열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군내 협동농장 중 6개 작업반에서 10톤 이상, 1개 작업반은 30톤의 애국미를 나라에 바쳤다"면서 "군적으로 95명의 다수확농장원이 분배를 다 받고 130여 톤의 알곡을 바쳤다"고 전했다.

곽병훈 서흥군 협동농장 경영위원장은 "김보영 농장원이 정보(3천 평)당 11톤의 다수확을 내고 5톤 500키로그람(㎏)을 나라에 바쳤으며 뒤를 이어 같은 분조의 조도희 농장원이 4톤 400키로그람을 바쳤다"라고 실명을 거론하며 추켜세웠다.

나라에 쌀을 헌납한 농민들의 '애국충정'을 선전하면서 다른 농민들의 동참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946년 황해도 재령의 분배받은 토지에서 쌀 30가마니를 애국미로 바치면서 '애국미 헌납운동'의 시초가 된 김제원 농민의 이야기를 최근 자주 내보내며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탰다.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경 봉쇄 등으로 식량난이 심화한 북한이 주민들의 곡물 헌납으로 비워진 곳간을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이 식량난 해소를 위해 주민들에게 군량미와 전쟁 비축미를 판매하도록 조치하면서 줄어든 군량미를 채울 필요성도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농민들의 자율적 처분권을 확대한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제'를 도입하면서 농민들이 수확량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지정 논밭에서 생산한 곡물 중 토지·관개·전기 사용료나 비료 지원 등 국가가 제공한 영농물자 비용만큼만 반납하고 나머지는 농민들이 현금이나 현물을 받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농장과 개별 농민에게 여분의 식량이 생기고 '부자 농민'이 상당수 배출하자 일부를 국가를 위해 헌납하도록 독려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태풍 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해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하기도 했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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