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확대 연속기고②]감염병 재난에도 공공성 외면하는 기재부에 고한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2021. 11. 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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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금 국회는 다음 해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예산 심의 시 예산 항목 간 증액과 삭감, 조정 등이 이뤄진다. 그러나 예산 편성권이 행정부에 있기 때문에 다음 해 예산 편성의 전체 기조는 이미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 전에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산편성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자.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3월 31일까지 다음 연도 예산 편성의 기본 방향, 중점 목표 등이 제시된 예산편성지침을 내린다. 각 중앙관서의 장은 그 지침에 따라 예산요구서를 5월 31일까지 기재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제출된 예산요구서가 예산안편성지침에 부합하지 않으면 기재부 장관은 수정,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이즈음 정부의 재정운용의 전략과 방향을 결정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다. 각 중앙관서가 제출한 예산요구서는 기재부가 조정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승인하면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기재부는 경제 정책과 국가 예산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부처인 만큼, 중앙기관행정 중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이 장기화되고 사회 여러 분야에서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예산 편성의 전략과 방향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예산 편성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기재부는 내년 예산을 발표하며 확장적 재정 기조와 재정건전성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발표한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 예산은 본예산 대비 7.4% 증가했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최저 증가율이고, 추경 대비 4.5%로 매우 낮다. 확장적 재정 기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기재부는 재정적자 심화를 우려하며 재정 건정성에 문제가 없도록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우 양호한 편이다.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의 국가 채무 비율이 높은 이유는 나라의 위기 극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시행하며 시민들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낮은 국가 채무 수준 유지라는 기존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적 위기를 오롯이 시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세부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공공병원의 예를 들어보자.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발표한 지 거의 한 달도 채 안 돼 확진자가 폭증하고, 수용할 병상과 인력을 확보하지 않아 또다시 비상사태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우리나라 공공병원의 열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정책과 예산을 정부는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더구나 공공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 또한 관할 부서인 기재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감염병 재난 시국에 기재부는 농·어업과 제조업을 제외하고 의료·교육·공공서비스 등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는 영역을 포함해 전 방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각 영역의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 면역은 불가능하고, 백신 접종률이 높아도 감염병 유행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감염병이 우리 삶에 깊이 존재하는 이상 사회안전망이 더욱 튼튼해져야 하는데 기재부는 되레 규제 완화, 민영화에 몰두하고 있다.

안정적인 국가 운용을 위한 기재부의 책임은 분명하다. 감염병 재난이라는 위중한 상황에서 정부의 기조는 적극적 재정 편성이라는 과감한 결단과 시행이다. 정부, 그리고 기재부에 주어진 권한은 시민이 부여했다. 그 권한이 시민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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