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함으로 무장한 프랑스 뮤지컬의 매력..팬데믹 뚫고 돌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

선명수 기자 2021. 11. 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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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랑스 오리지널팀의 공연이 돌아 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연 중단을 겪은 뒤 1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난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시작과 함께 한동안 막혀 있었던 해외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연이 조기 중단된 후 1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무대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랑스 오리지널팀 공연이 지난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 공연엔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5년 만의 내한 공연이 성사됐지만, 코로나19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공연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 결국 공연 일정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막을 내려야 했다. 예정됐던 지방 공연도 모두 취소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파리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에서 9개 언어로 번역돼 1500만명 이상이 관람한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2005년 국내 초연 당시 30회 공연 만에 8만 관객을 달성하며 세종문회화관 역사상 ‘최단 기간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울 만큼 국내 관심도 뜨거웠다. 2007년엔 한국어 버전 라이선스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프랑스어 초연 이후 15년 만인 지난해 11월 누적 공연 횟수 1000회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흥행 기록을 이어왔다.

1년 만에 다시 열린 한국 공연인 만큼 배우 및 제작진의 소회도 남달랐다. 공연의 프로듀서 니콜라 타라는 지난 18일 언론 대상 시연에서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며 VOD(주문형 동영상)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영상 매체로 문화 소비 행태가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관객들은 화면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공연 현장만의 감동과 에너지를 갈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첫 공연에서 객석을 메워준 한국 관객을 보고 지난 1년간 느끼지 못했던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국을 찾은 근위대장 페뷔스 역의 지안마르코 스키아레띠도 “다시 한국 무대에 돌아왔다는 게 커다란 기쁨”이라며 “여전히 안 좋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무대에서 관객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거리의 음유시인이자 극중 해설자로 등장하는 그랭구와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는 “2005년 한국 초연 때도 무대에 섰는데, 이 작품이 국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데 한국 관객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많이 했지만, 유독 한국에 올 때마다 변함없는 사랑에 감동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전세계를 무대로 공연하는 이 팀에게 코로나19가 가져온 ‘한파’는 매서웠다고 한다. 지난해 조기 중단된 한국 공연 이후 올해 초 대만 공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 공연 역시 불발됐다. 배우와 제작진이 3주간의 자가 격리를 모두 마칠 무렵 대만 내 모든 공연장이 셧다운되면서 그냥 돌아가야 했다. 집시들의 대장 클로팽 역의 제이는 “우리 같은 예술가들에겐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게 가장 커다란 고통”이라며 “이번에 다시 돌아와 관객들을 보니 모두 마스크 쓴 모습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공연장을 찾아 열렬히 환호해준 관객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한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해 모두 선보이지 못한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프랑스 초연 20주년 기념 버전’으로 다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원작의 큰 줄기는 그대로 가져가되, 의상과 조명에 현대적인 느낌을 더하고 안무도 화려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각했다.

국내에서 주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뮤지컬과 다른 문법의 프랑스 뮤지컬만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로, 가장 유명한 넘버 ‘대성당의 시대’를 비롯해 ‘보헤미안’ ‘아름답다’ 등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시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멜로디가 두드러진 넘버들이 공연을 가득 채운다. 웅장한 무대 연출과 섬세한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연기 역시 돋보이는 공연이다.

배우들이 노래와 춤을 모두 함께하는 영미권 뮤지컬과 달리 노래 파트와 안무 파트가 분리된 것도 프랑스 뮤지컬의 특징이다. 그만큼 전문 무용수들의 독창적인 고난도 안무를 만날 수 있다. 극중 페뷔스가 자신을 사랑하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홀로 부르는 노래 ‘괴로워’가 울려 퍼질 때 장막 뒤 무용수들의 퍼포먼스는 강렬한 조명과 어우러져 한 편의 현대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무용수들이 100㎏이 넘는 대형 종에 올라타거나 벽을 오르내리는 아크로바틱 안무는 소리 없이 가벼운 듯하면서도 역동적이다. 묘기에 가까운 무용수들의 퍼포먼스가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한다. 노트르담의 종지기인 꼽추 콰지모도가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절규하듯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부를 때 공중으로 세 명의 여성 무용수가 떠오르는 장면은 이 공연의 백미다.

지난 17일 개막한 서울 공연은 내달 5일까지 3주간 이어진다. 이어 대구(12월10일~26일)와 부산(12월30일~내년 1월16일)에서 공연된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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