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OTT 산업 진흥,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다

2021. 11. 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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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이 공개된 지 24시간 만에 전 세계 1위를 달성하면서 K콘텐츠가 연타석 홈런을 쳤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연달아 성공함에 따라 K콘텐츠 경쟁력이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었고, 한국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도 한층 단단해졌다.

신선한 소재와 독특한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잘 녹여 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드라마 '지옥'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K콘텐츠의 안정적 육성과 경제적 이권 보호를 위해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바로 알리고, K스토리, K콘텐츠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놀라운 흥행을 보여주고 있는 K콘텐츠를 해외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은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Over-the-top, 인터넷동영상서비스) 사업자가 맡고 있다. 콘텐츠 제작은 한국이, 콘텐츠 유통은 글로벌 OTT가 담당하는 구조로, 표면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 제작사들은 해외방영권과 저작인접권 활용 등을 포기하는 계약을 수용하고 있다. K콘텐츠가 해외에서 대박을 터뜨려도 제작비 이외의 추가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자연스럽게 K콘텐츠의 핵심 유통 경로로서의 토종 OTT(K플랫폼) 육성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왔다. 산학연관의 관계자들이 K콘텐츠 경쟁력 대비 낮은 토종 OTT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 지원과 전폭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이미 동의했다. 그러나 현실은 토종 OTT를 육성·지원하기 위해 어떠한 정책 수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분분하며, 특히나 법제화 노력은 계속 답보상태다.

OTT와 관련한 정책의 불확실성은 토종 OTT 사업자들의 플랫폼 전략과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계획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거대 자본을 앞세운 또 다른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가 이미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OTT 시장은 채비를 갖추지 못한 채 또 다시 새로운 지각 변동의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불안한 토종 OTT 사업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막대한 투자 계획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는 있지만, 향후 국내 OTT 시장에서 이들의 경쟁우위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토종 OTT를 위해 우리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토종 OTT가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수단을 적시에 개발하고 이를 실제로 시행해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토종 OTT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콘텐츠 투자를 유인하고 이를 진흥할 정책적 프로그램의 시행이 시급하다. 일례로 기획재정부는 올해 7월 조세특례제한법 제25의6 개정을 통해 기존 TV프로그램과 영화에 한정된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의 세액 공제 범위를 OTT 서비스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지원이 '전기통신사업법 등 OTT 근거법령 상 정의 규정 마련 후'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며, 애석하게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작업은 국회에 법안이 제출된 이후 현재까지 진전되지 않은 채 그대로 멈춰 있다.

정책적 수단은 도출되었으나, 시행이 오리무중인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입법 지연에 대해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OTT협의회는 지난 11일 'OTT진흥법, 시장 다 내주고 나서 통과시킬 건가?'라는 제목의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OTT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는 것이 골자다.

토종 OTT를 육성, 지원하기 위한 정책의 수단은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를 거쳐 왔기에 어느 정도 그 체계가 마련되어 있다고 본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관계부처 역시 경쟁적으로 OTT에 특화된 콘텐츠 제작과 유통 지원 예산도 확대 편성한 상황이다. 다만 산업계는 토종 OTT 산업 진흥을 위해 마련되고 있는 지원책들의 풍성함보다는, 하나라도 꼭 필요한 정책이 적시에 시행되는 것을 더욱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 콘텐츠 제작사가 글로벌 OTT 업체에 줄 서기를 경쟁하는 현재의 흐름을 끊기 위해서는 OTT 특화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함께 어우러져 글로벌 차원에서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OTT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은 그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정책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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