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배심원단, 조깅하던 흑인 청년 살해한 백인 남성 3명 유죄 평결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조지아주에서 조깅을 하던 20대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남성 3명이 유죄 평결을 받았다.
24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뛰어가던 25세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를 쫓아가 총격을 가해 살해한 혐의로 백인 남성 그레고리 맥마이클(65)과 아들 트래비스(35), 이웃 윌리엄 브라이언(52)이 이날 중범죄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받았다.
이들은 동네에서 발생한 잇단 절도 사건에 아버리가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당시 조깅 중이던 아버리를 픽업트럭으로 추격해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 조사 결과 아버리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이 무장하지 않은 남성을 궁지에 몰아넣은 위험한 자경단원이라며 “이곳은 서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들의 변호사들은 이들이 합법적인 시민 체포를 시도하고 있었다고 반론을 폈다. 아들 맥마이클은 아버리가 자신에게 달려들어 자신을 때리고 자신의 총을 잡았을 때 자기 방어를 위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이들 3명의 피고인들에게 가중 폭행, 불법 감금과 불법 감금 시도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아들 맥마이클은 악의적인 살의 또는 살인 의도로 유죄 평결을 받았지만, 브라이언과 아버지 맥마이클은 악의적인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 평결을 받았다.
이들은 유죄 평결이 나오면서 최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받게 됐다. 이들은 증오범죄 혐의로 별도 재판도 받아야 한다. 이들의 변호사들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죄 평결이 나오자 아버리의 어머니는 흐느꼈고, 아버리의 부친은 아들 맥마이클의 유죄 평결에 “와우”라고 외쳤다가 판사의 제지로 법정에서 퇴장당했다.
아버리의 어머니는 "이 싸움을 함께 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 길고 힘든 싸움이었다"면서 "아들이 이제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리의 부친은 법정 밖에서 “우리가 그 린치 무리들을 정복했다”며 유죄 평결은 아들의 승리이자, 모든 곳의 정의를 위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번 평결은 최근 흑인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죽이고 1명에게 중상을 입은 카일 리튼하우스가 백인이 다수였던 배심원단으로부터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무죄 평결을 받은 후에 열려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재판의 12명의 배심원단도 백인 11명, 흑인 1명으로 구성돼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평결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평결이 나오자 성명을 내고 “아버리의 살해는 이 나라의 인종 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가야 하는지를 상기시켜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그 무엇도 아버리를 가족과 그의 커뮤니티로 되돌릴 수 없지만, 이번 평결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을 받을 것임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죄 평결은 우리 사법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반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그 대신 우리는 피부색 때문에 폭력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단합과 공유된 힘을 나누는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다시 다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행정부는 법에 따른 평등한 정의가 대법원 위에 새겨진 문구가 아니라 모든 미국인들을 위한 현실로 보장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러한 평결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우리가 해야 할이 남아 있다는 것”이라며 피고측 변호인들이 재판정에서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아버리를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전략을 썼던 것을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아버리의 삶은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그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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