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난치암 절친' 고통 덜어주려 마지막 선택?

이승환 기자 입력 2021. 11. 25. 07:00 수정 2021. 11. 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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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지희씨(가명·당시 40)는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

박선혜씨(가명·당시 45)는 그런 지희씨를 보고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2021년 새해 첫날 수면제를 복용한 뒤 잠이 든 선희씨를 상대로 범행을 시도한다.

선혜씨는 재판 과정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해 지희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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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 살 수 없다" 난치암 투병 중이던 절친 살해
코로나 여파로 일자리 잃은 후 궁핍한 처지 돼
© News1 DB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몸이 아파 살 수 없어…"

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지희씨(가명·당시 40)는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

박선혜씨(가명·당시 45)는 그런 지희씨를 보고 '더는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선혜씨는 인근 병원으로 가 수면제 처방전을 받았다. 그리고 2021년 새해 첫날 수면제를 복용한 뒤 잠이 든 선희씨를 상대로 범행을 시도한다.

두 사람은 20년 전 일하던 공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들은 가족보다 가깝고 연인보다 끈끈한 사이가 됐다.

서로의 존재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끔찍한 불행이 들이닥친다. 두 사람은 2011년부터 함께 거주했는데 3년 뒤 지희씨가 '난치성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낸 지희씨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그는 유흥업소 등에서 일하는 선혜씨에게 의존하며 생활했다.

선혜씨는 정성으로 지희씨를 돌봤지만 불청객이 또다시 찾아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였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선혜씨는 일자리를 잃었고 두 사람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처지에 몰리게 된다.

그사이 지희씨의 병세는 더욱 나빠졌다. 그는 매일 몸부림쳤다. 몸이 아파서 고통스러웠고 가난해서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지희씨는 "살려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고통을 감당할 수 없어 "편하게 죽고 싶다"고 호소했다.

2021년 새해 첫날 선혜씨의 '촉탁 살인'은 실패했다. 두 달 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지희씨는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싶다"고 호소한다. 선혜씨는 그가 잠든 틈에 범행했고 이번에는 뜻을 이룬다.

지난달 광주지법 제12형사부(노재호 부장판사)는 촉탁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선혜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다만 그가 자수하고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혜씨는 재판 과정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해 지희씨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희씨의 유서에는 "언니(선혜씨)에게 힘든 부탁을 했다. 언니도 피해자다"고 적혀 있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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