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업계 첫 '무라벨 토너' 실험..토니모리 전략 통할까?

배지윤 기자 2021. 11. 2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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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기술력으로 무라벨 토너 제작 '친환경 가치 실현'
매출 늘고 적자폭 줄어.."체질 개선 성공할까"
토니모리 무라벨 토너.© 뉴스1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1세대 로드숍 브랜드 토니모리가 지난 9월 100% 재활용 가능한 '무라벨 토너'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라벨 없는 맥주나 생수·음료수는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화장품 진열대에서 무라벨 화장품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 만큼 뷰티업계에서 화장품 라벨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비건·친환경 가치를 지향하는 고객들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라벨 없는 화장품에 지갑을 열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뷰티업계에서 상품 패키지는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설사 무라벨 화장품을 만들고 싶더라도 중소 화장품 기업에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술과 자본이 없으면 친환경 용기 개발도 어렵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요. 뷰티업계가 최근 리필스테이션을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라벨 없는 화장품 용기를 제작하는 것이 복잡하다 보니 차라리 리필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용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무라벨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통상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금형(금속 틀)부터 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량 생산 금형은 소량 생산하는 기계와는 달리 디자인·금형설계·금형제작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지지 않으면 상용성에 적합하지 않아 제품화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새 용기 형태를 만드는데 적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어려운 것은 금형 제작만이 아닙니다. '분리배출표시'와 '재활용 등급' 등 제품에 필수적으로 표기해야하는 문구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 문구를 라벨 없이 용기 자체에 표현하려면 아주 세밀한 작업을 거쳐야만 합니다. 화장품 용기에 단순 도형을 새기는 데만 1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이 걸리는데, 글자를 새기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은 일인 것이지요.

무라벨 화장품을 만드려면 설계부터 금형제작까지 굉장히 세밀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일반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것보다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찌보면 뷰티업계가 무라벨 용기 생산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것도 당연할 일이지요. 하지만 토니모리는 실적이 다소 주춤한 상황에서 친환경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기술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입니다.

이 모든 것이 같은 가능했던 것은 토니모리와 태성산업과의 긴밀한 협업관계 때문입니다. 지난 1994년 설립된 화장품 용기 생상 업체 태성산업은 토니모리의 모태가 된 회사입니다. 그간 태성이 쌓아온 용기 기술력이 있었기에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용기가 제작되는 과정에서도 신규 용기와 내용물이 적합한지, 안정도가 잡힌 제품인지에 대해서도 반복적인 확인도 필요합니다. 이 부분 역시 자회사 메가코스와의 협업으로 빠르게 해결해 냈습니다.

주목할 점은 용기 기술력만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토니모리의 이 같은 행보가 눈에 띄는 이유는 업계 안팎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꾸준히 친환경 가치를 실현했다는 점 때문인데요. 최근 뷰티업계가 '그린 워싱'(친환경 이미지 세탁) 논란을 겪으면서 다소 소극적인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페이퍼 논란'이 그 예입니다. 화장품 용기의 플라스틱 함량을 절반 가량으로 낮추고 용기 보호를 위해 종이로 감쌌는데도 '페이퍼 보틀'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지요. 좋은 의도였음에도 일명 '그린 워싱' 역풍을 맞게 되자 뷰티업계도 다소 소극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토니모리의 행보는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모두가 상황을 지켜보자며 물러서 있을 때 친환경 가치 실천에 적극 나섰기 때문인데요. 여기엔 MZ세대 직원들의 역량이 컸습니다. 2030 세대 직원들이 목소리를 낸 덕분에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번 무라벨 '원더 비거 토너' 역시 MZ세대 임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물입니다.

물론 아직 토니모리의 성적은 아쉽습니다. 지난 3분기에도 매출 290억원, 영업손실 36억원을 거뒀습니다. 물론 좋은 성적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업손실 폭이 줄고 매출도 소폭 늘었습니다. 최근에는 27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일부는 채무상환 자금으로 쓰고, 일부는 온라인몰 강화에 쓴다는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금융·펫사업가지 사업 다각화도 꾀하고 있습니다. 토니모리의 진정성 있는 행보와 자금 수혈을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한다면 위기에서 벗어나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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