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민주당에 '러시아 제재 법안' 폐기 로비"
"동맹국 독일 의식한 조치"
공화당 "러시아에 물러터져" 반발
민주·공화 모두 제재 안 추진에 무게 두고 있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2022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될 대(對)러시아 제재안(案)을 폐기하기 위해 은밀하게 민주당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미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의회 관계자들을 인용해 24일(현지 시각) 단독 보도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 있어서도 물러터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공화 모두 러시아에 대한 제재 부과엔 초당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행정부 시도가 뜻대로 이뤄질 지는 의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가 된 부분은 러시아 서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지나 독일 북부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수송관인 ‘노르트스트림 2′와 관련된 러시아 기업들을 제재하는 조항이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도 이런 기류였지만, 탈원전을 추진 중이라 천연가스 확보가 시급했던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가 직접 나서 지난 7월 바이든 미 대통령의 동의를 얻어냈다. 국무부도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행정부 방침과 별도로 미 하원은 러시아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에서도 관련된 4개의 개정안이 계류 중이라고 FP는 밝혔다. 상원과 하원은 이번 주 추수감사절 휴회 주간을 마치고 다음 주부터 이 법안들을 포함해 국방수권법안 통과를 위한 조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FP 보도에 따르면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국무부 최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주 민주당 상원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노르트스트림 2 사업과 관련된 기업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동맹국인 독일 기업들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독일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나머지 미 당국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러시아가 군 및 무기·장비를 계속 증강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대러 관계를 악화하지 않도록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의회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하게 될 경우 서방 세계의 ‘반대 대응’에 필수적 동맹국이 될 독일을 소외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며 “그 같은 주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했다.
특히 의회 민주당 일각에서도 지난 7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노르트스트림2에 동의하면서 ‘러시아가 새 가스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면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는 단서를 단 것을 두고 “이미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두고 에너지 무기화를 시도하는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은 다음 달 우크라이나를 관통해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자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유럽은 시간이 갈수록 푸틴과 러시아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단 우려가 나왔었다.
FP는 “특히 짐 리시 상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가 이번 제재 법안에 찬성하고, 밥 메넨데스 외교위원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범할 경우를 상정한 제재 법안도 발의한 상황에서 제재안을 무력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은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메넨데즈 위원장은 지난 8월 에스토니아, 체코, 아일랜드,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영국의 의회 외교위원장들과 공동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송관 사업은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협박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를 부여할 것”이라고 했었다. 이 수송관은 우크라이나를 우회하고 있어, 실제 가동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푸틴은 2009년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천연가스관을 열흘 넘게 잠가 프랑스·이탈리아까지 피해를 입힌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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