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예상보다 빨리 올릴 준비돼 있어야"..11월 FOMC 의사록 분석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은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때 연 1.69%대까지 오르자 약세를 보였다가 이후 국채수익률이 하락하자 0.44% 상승 마감했는데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0.23% 올랐지만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026% 내렸습니다. 국채금리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이날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됐습니다. 핵심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경우 시장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이날은 여러 지표도 한 번에 나왔습니다. 이들 지표는 저실업과 고물가, 강한 소비로 요약되는데요. 모두가 긴축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오늘은 FOMC 의사록과 함께 경제지표를 살피면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임 결정 전후 분위기도 정리해보겠습니다. 글이 긴데 그동안의 바뀌어온 상황과 내력을 되짚어본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11월 FOMC 의사록의 주요 내용은 아래 네 가지인데요.
① “위원회가 테이퍼링 속도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어야”
② “인플레가 계속해서 높아지면 금리를 현 예상보다 빨리 올릴 수 있게 준비할 필요”
③ 일부 “감축속도 높이면 금리인상을 위한 더 나은 위치에 서게 돼(정책여력 확보)”
④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①과 ②는 연계돼 있는데요. 의사록은 “인플레가 연준의 목표수준보다 계속해서 올라가면 기준금리를 지금의 예상보다 빨리 올릴 수 있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테이퍼링 속도를 조정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주 명확합니다. 의사록은 이같은 발언을 한 이들이 다수(various)라고 했는데요. 앞서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이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11월 FOMC를 보면 그렇게 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설명드렸듯 연준 지도부, 그것도 부의장이 이런 말을 할 때는 그냥 던지는 얘기가 아닙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상황,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두루 고려해야 하는 말이라는 점, 명심할 필요가 있는데요.
③은 그동안 테이퍼링 조기 종료의 이점으로 여러 번 설명드렸던 부분입니다.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테이퍼링 종료가 전제조건이니까 일단 테이퍼링을 끝내 두고 상황에 따라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해 두는 것이죠.
이는 여러모로 장점이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 인플레가 훅 떨어지거나 고용시장 상황이 생각보다 안 좋으면 금리를 천천히 올리고, 반대로 계속해서 물가상승폭이 크면 조기 금리인상을 할 수 있습니다. 정책여력 확보는 당국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항목입니다. 연준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보면 테이퍼링을 일찍 끝내는 것만으로 시장에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금리인상 시기가 중요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3분 월스트리트’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을 전해드리면서 “연준이 테이퍼링을 일찍 종료해도 금리인상은 별개”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전해드렸는데, 이번 의사록에서도 이런 전략이 확인됩니다.
④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첫째, 실제로 데이터를 봐가면서 통화정책을 정하겠다는 신중함이고요. 두 번째는 데이터로 명분과 근거를 만들어나가겠다는 뜻입니다.
④ 얘기를 좀 더 이어가죠. 데이터를 인내심있고 보겠다는 것은 누차 말씀드린 대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연휴기간 동안의 소비, 11월 고용보고서 등이 됩니다.
중요한 건 이날 중요한 지표들이 쏟아졌다는 건데요.
먼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주 수치가 19만9,000건으로 1969년11월15일의 19만7,000건 이후 최저치인데요. 시장 전망치(26만개)는 물론 그 전주(27만개)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52년 만의 최저라는 게 모든 걸 말해줍니다. 고용시장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엔 물가입니다. 연준이 정책결정을 할 때 가장 눈여겨 보는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10월 기준 전년 대비 4.1% 올라 199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근원 PCE는 에너지와 식품 같은 변동성이 큰 것을 뺀 항목인데 이 또한 30여 년 만의 최고인 셈이죠.
보통 연준이 얘기하는 물가목표, 즉 평균 2%는 이 근원 PCE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럼 지금은 목표치의 두배가량 되는데요. 평균이라고 했으니까 간단히 ‘4+?=2’가 될지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그렇습니다. 내년에 1% 언저리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죠. 그래야 2%대 초반이 됩니다. 10월 전에는 근원 PCE가 좀 낮았습니다. 그럼에도 9월(3.7%), 6~8월(3.6%)입니다. 3.6%로 봐도 내년에 1%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필요합니다. 아니면 평균 2%를 크게 웃돌게 되는데요.
내년 상반기에 연준 기대되로 아주 잘 돼야 2~2.5% 수준으로 내려옵니다. 평균 2%에서 평균 기간이라는 문제가 남습니다만 2~3년에 걸친 것이라고 하기에는 부담이 크겠죠.
미 경제 방송 CNBC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하락은 고용시장의 꾸준한 개선에도 위기 때 정책을 유지해온 연준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그동안 연준은 테이퍼링을 할 시점이라고 얘기해왔지만 시장은 금리도 곧 올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리하면 연준이 데이터를 본다고 했는데 그 데이터들이 좋게 나오면서 긴축 쪽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죠. 3분기 국내총생산도 연환산 기준 2.0%에서 2.1%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10월 내구재 주문이 -0.5%를 보이면서 예상치(0.3%)를 하회했지만 한동안 내구재를 많이들 산 만큼 이제는 서비스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10월 가계지출은 한달 전보다 1.3% 증가했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회복에 지출과 고용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정치적 바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 연임 발표 날, 바이든 대통령과 파월 의장,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을 분석해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바이든은 여전히 최대고용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고 파월도 전체적으로는 인플레 내용이 많았지만 정책대응에 관해서는 최대고용과 인플레라는 양대 목표를 똑같이 언급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높은 인플레 수치가 나오자 파월 의장이 “인플레는 일시적”이라는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섰듯 지금 같은 데이터가 계속되면 그 누구도 긴축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되지요. 백악관 내 통화완화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제1 국정목표가 중산층 복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계층이 살아나야하죠.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선언적으로라도 늘 고용을 중시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정도의 명분, 즉 최대고용에 가까워졌다거나 사실상 달성하는 수준만 되면 됩니다. 11월 FOMC 회의록과 이날 나온 데이터를 종합하면 파월 의장의 연임과정에서 다소 불확실했던 상황이 명확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11월 고용보고서를 거쳐, 12월 FOMC에서 내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보다 뚜렷한 그림이 나올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이 공급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하면서 여전히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선에서 시간끌기를 하는 것이죠. 추가 인선 예정인 이사진 3명도 봐야하구요.
하지만 이 경우 정치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국민들에게 계속 “기다려달라”고 하기엔 중간선거도 다가오지요.
실제 인플레를 계속 내버려 두기엔 인플레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바이든 정부가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을 내렸고(실제 효과는 미미합니다), 공급망과 물류문제가 내년에는 더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미국 롱비치 항의 집행임원인 마리오 코르데로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해상 화물의 40%를 차지하는 LA와 롱비치항이 컨테이너 하역작업을 24시간 하고 있다"며 “컨테이너 적체 벌금 100달러를 매기기로 한 다음부터는 밀린 화물이 33% 감소했다. 앞으로 6개월 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소가 공급망, 물류뿐이 아니라 렌트비, 임금 등으로 다변화하고 넓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단순히 공급문제만 해결된다고 인플레가 급락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CNBC는 “CME 페드와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내년에 금리가 3차례 인상될 확률을 61%로 보고 있다”며 “금리인상 전망은 12월 FOMC서 바뀔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는 것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2주 전에는 시기상조라고 했었습니다.
그 사이 많은 데이터가 나왔죠. 2주 만에 입장을 바꿨다는 건 미국 경제가 자신이 정해둔 특정 수준을 넘어섰음을 확인했다는 의미입니다. 조기 인상 가능성을 포함한 기준금리 인상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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