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악연 마무리..전두환 빈소에 도착한 박근혜 '진짜 화환'

김소정 기자 2021. 11.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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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의 근조 화환이 놓였다가, 이것이 뒤늦게 ‘가짜’로 드러나 빈소에서 치워지는 소동이 벌어졌다. ‘진짜’ 박 전 대통령 화환은 이날 오후 8시30분쯤에 도착했다.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 명의의 가짜 근조 화환(왼쪽), 진짜 근조 화환/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 16분.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근조 화환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빈소에 배달됐다. 화환에는 ‘前(전) 대통령 박근혜’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 화환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보낸 화환 옆에 놓였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전 전 대통령 유족은 황급히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화환을 치웠다. 알고 보니 오전에 배달된 화환이 ‘가짜’였던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진짜’ 화환이 오후 4~5시쯤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진짜 화환은 예정보다 늦은 오후 8시30분쯤 도착했다. 화환에는 별다른 문구 없이 ‘박근혜’만 적혀 있었다. ‘가짜’ 화환 발신자 정체에 대해선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유 변호사 역시 “누가 보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두환 전 대통령 빈소 /장련성 기자

‘가짜’ 화환 소동으로 박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976년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되면서 당시 ‘퍼스트레이디 대행’이던 박 전 대통령과 만났다.

1979년 12·12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 전 대통령은 민심을 얻기 위해 박정희 정부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그렇게 두 사람의 관계는 ‘악연’으로 변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와 18년간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1997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했고, 1998년 대구 달서구 보궐선거에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8월 9일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뒤,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전 전 대통령을 만났다. 25년 만에 이뤄진 만남이었다. 이후 2013년 2월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재회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겠다고 밝혔고,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 사이에 별다른 접촉은 없었고, 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며 두 사람의 인연도 45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날 전 전 대통령 빈소를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 여동생 박근령씨는 “죽음은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와 얼마 전 작고하신 노태우 전 대통령, 오늘 이렇게 별세하신 전두환 전 대통령까지 세 분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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