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젱킨스의 월북 스토리, 韓美 합작 드라마로 만든다

정지섭 기자 2021. 11. 25.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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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제작사·美감독 랜즈먼 제작
북에서 체제 선전에 이용 당하다 日에 정착하기까지 일대기 담아

1965년 비무장지대(DMZ) 남쪽에서 스물다섯 살 주한미군 병장 찰스 로버트 젱킨스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넘어갔다. 삼엄한 경계근무로 받은 스트레스에다 당시 전황이 격화하고 있던 베트남 전선으로 징집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맥주를 들이붓듯 마시고 감행한 월북이었다.

이후 북한에서 40년 가까이 지내다 일본으로 가서 삶을 마감한 젱킨스의 일대기가 한·미 합작 드라마로 만들어진다. 미국 연예잡지 버라이어티는 최근 한국 영화사 무빙픽처스가 할리우드 영화감독 피터 랜즈먼 등 영화인들과 손잡고 젱킨스의 인생을 TV 드라마로 제작한다고 보도했다. 무빙픽처스는 24일 통화에서 “대본과 제작진은 확정됐고, 캐스팅 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8~10부작으로 통상 미국 드라마 한 시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연출을 맡은 랜즈먼 감독은 닉슨 대통령 집권기를 배경으로 한 ‘백악관을 무너뜨린 사나이’, 케네디 대통령 시대를 담은 ‘더 파크랜드’ 등 정치권력을 다룬 영화로 이름을 알려왔다. 이번 드라마의 제목은 ‘머뭇거리는 공산주의자(The Reluctant Communist)’다. 젱킨스가 북한을 떠나 일본에 정착한 뒤 타임지 기자 짐 프레더릭과 함께 쓴 자전적 수기의 제목에서 따왔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젱킨스는 휴전 후 한국 복무 중 월북한 미군 여섯 명 중 유일하게 북한에서 돌아온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 북한 정권은 자진 월북한 젱킨스를 체제 선전에 활용했다. 1968년 북한이 나포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다룬 선전영화에 그를 미군 선장 역으로 출연시켰다.

젱킨스는 훗날 북을 떠난 뒤 인터뷰와 회고록 등을 통해서 다른 미군 병사들과 함께 수감돼 주체사상 학습을 강요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젱킨스는 북한 생활 15년째이던 1980년 반려자도 만났다. 일본 니가타에서 1978년 어머니와 함께 납북돼 끌려온 스물한 살 간호사 소가 히토미였다. 히토미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젱킨스는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해 두 딸을 얻었다.

히토미는 2002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으로 납북자 귀환이 양국 현안이 되면서 다른 피해자 4명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후 젱킨스 가족의 재결합도 인도주의 사안으로 떠오르며 북·일 간 물밑 협상이 진행됐다. 결국 젱킨스와 두 딸은 2004년 북에서 인도네시아를 경유해 일본으로 갔다.

39년째 탈영병 신분이던 그는 주일 미군기지에서 군법회의에 회부돼 금고형을 받고 E-1(한국의 이등병보다 낮은 최하 계급, 일명 무등병)으로 강등당한 뒤 불명예 제대하는 것으로 파란만장한 군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일본에서 가게 점원 등으로 생계를 잇다 2017년 사망했다. 이번 작품을 맡으려고 예정돼 있던 일정까지 조정했다는 랜즈먼 감독은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사랑과 희망, 인간애를 찾은 두 젊은이의 신화적 이야기를 그려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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