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일미군 분담금, 내년 역대 최대 5000억원 인상”

도쿄/최은경 특파원 2021. 11. 25.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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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신문들, 파격적인 인상안 예상
日정부 ‘동맹 도움되면 수용’ 입장… 中 군사력 증강 견제가 주요 목적
노무비 등으로 제한된 사용처도 비행장 정비·훈련비로 확대될 듯

일본 정부가 내년 주일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본 언론 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다.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증강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일동맹 강화 차원에서 이 같은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통상 ‘배려 예산’으로 지칭되는 주일미군 주둔비 연간 분담금을 올해 2017억엔(약 2조830억원)에서 2000억엔대 후반대로 증액하는 방안을 조정하고 있다고 24일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해 2017억엔이었던 분담금의 내년 인상 폭은 500억엔(약 5170억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최대 인상액은 버블 경제 영향이 남아있던 1993년의 전년 대비 304억엔인데 이보다 훨씬 높게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주일미군 주둔비 부담금 예산/자료=마이니치신문

일본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파격적인 인상안의 배경을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미국 측의 요청으로 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는 그동안 어려운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는 데 신중한 자세를 보였으나 중국의 군사력 증강 등 주변 안보 환경을 근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최근 주둔비 협상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미·일 동맹에 도움이 된다면 다소 부담이 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자세”라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내년도 주일미군 분담금 예산 총액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확실하다. 주일미군 주둔비는 당초 미국 측의 부담이었지만, 미국 측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1978년 처음 일본 분담금이 생겼다. 주일미군 기지에서 일하는 일본인 직원 급여의 일부를 지원하는 형식이었다. 당시 방위청 장관이었던 가네마루 신(金丸信)이 “(미국 요청에) 배려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 때문에, 야당 측이 ‘배려 예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배려 예산은 1999년 2756억엔(약 2조8480억원)까지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냉전 구도 해체 및 일본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2014년 1848억엔(약 1조9093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주일미군 분담금 예산을 매년 증액했지만, 인상 폭은 20억~50억엔 수준이었다.

일본 정부는 배려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대신, 지출 용도 신설을 요구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미군기지에서 일하는 일본인 직원의 노무비와 미군기지 시설의 전기요금·가스비 등으로 예산 사용처가 제한됐었다. 하지만 내년부턴 자위대와 미군이 공동 사용하는 비행장 등 시설 정비와 미·일 공동 훈련 등의 항목에도 경비를 사용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분담금 예산 부담 증가가 미·일동맹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국민의 이해를 얻기 쉽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일 양국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양국 방위비 특별 협정을 12월 상순까지 큰 틀에서 합의하고, 연내 의결하는 2022년도 방위 관련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특별 협정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총 5년간 적용된다. 당초 5년 단위로 갱신되는 방위비 특별협정은 지난 3월 한 차례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에 미·일 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특별 협정 재협상에 돌입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본에 기존 분담금의 4배에 달하는 연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의 예산을 요구하면서 진척되지 못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자, 양국은 특별 협정 기한을 1년 연장하고, 일본 측 분담액을 기존보다 1.2% 증가한 2017억엔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합의했다.

앞으로는 일본 정부의 주일미군 분담금 및 방위비 예산은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군사력 증강에 힘쓰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 강화가 불가피하고, 미국도 일본의 방위비 부담 증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바이든 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일본이 방위비를 (현재 관례적으로 지켜지는) GDP 1% 수준에서 2%로 늘리려 하는 것은 일본이 스스로 더 큰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미·일 안전 보장 협력에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일본 방위성 역시 ‘대중 견제’를 이유로 올해 추경 예산안에 7700억엔을 계상하고, 이 중 30%를 초계기·수송기 등 군사 장비 구매에 쓰겠다고 밝혔다. “추경예산을 통해 신규 장비를 구매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추경까지 포함하면 올해 일본 방위비 예산은 GDP 1%를 넘어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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