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후보는 '72세 선대위'로 국민에게 무얼 보여주겠다는 건가

조선일보 2021. 11. 25.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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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대표/조선일보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후보 선출 20일이 지나서야 선대위 인선을 발표한다고 한다. 오랜 논란과 갈등 끝에 간판으로 내세울 인물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이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 세 사람은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원로급 인사들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에 몸담았던 공통점도 있다. 이들을 앞세워 여권에서 이탈한 중도표를 가져오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미래보다는 과거 색채가 강한 인물이다. 세 사람의 평균 연령은 72세다. 선대위에서 고문 역할을 맡아야 할 사람들이다. 경륜은 있겠지만 국민이 새로운 정치나 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이 정치 신인 윤석열을 야당 대선 후보로 뽑은 것에는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사람다운 새로운 면모와 미래 비전을 보여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대위 진용은 그런 국민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이들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줄다리기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내가 전권을 쥐어야 한다’는 등의 오만하고 낡은 싸움이 2주일 가까이 이어졌다. 어떤 커다란 능력이 있다고 그토록 오만한가.

지금까지도 윤 후보는 국민에게 이렇다 할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후보 주변에는 여의도 정치인들만 들끓는다. 선대본부장급은 대부분 전·현직 의원들이 맡는다고 한다. 젊은 층 표심을 잡겠다면서 이들을 대변할 젊은 인재는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저출산 고령화, 국제정치의 급변에 대비할 과학·경제·안보·사회 전문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윤 후보가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고 실망한 국민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덕이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지지부진한 구태를 거듭하면 민심은 달라질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1년 대선을 앞두고 26세 청년 벤처 사업가였던 이준석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그는 지금 당의 대표로 성장했다. 이준석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에도 새 기풍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런 선대위 구성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는 고루하고 낡은 정당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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