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10] 보졸레 마을의 와인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21. 11. 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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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Beaujolais)지역에는 품질 좋은 10군데 밭의 ‘크뤼(Cru)’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보졸레의 왕’으로 불리는 ‘물랑 아 방(Moulin-à-Vent)’이다. ‘풍차’라는 뜻으로 실제 15세기에 만들어져 450년간 사용되던 풍차가 마을 한 가운데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세계 최고 와인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부르고뉴에서 보졸레(Beaujolais)지역은 다소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이곳은 부르고뉴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경관이 아름답다. 어디 가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품질 좋은 밭 ‘크뤼(Cru)’가 10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보졸레의 왕’이라고 하는 ‘물랭 아방(Moulin-à-Vent)’이다. ‘풍차’라는 뜻으로 실제 15세기에 만들어져 450년간 사용되던 풍차가 마을 한가운데 있다.<<b>사진>

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Beaujolais) 지역에는 품질 좋은 밭 ‘크뤼(Cru)’가 10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보졸레의 왕’이라는 ‘물랭 아방(Moulin-à-Vent)’이다. ‘풍차’라는 뜻으로 실제 15세기에 만들어져 450년간 사용되던 풍차가 마을 한가운데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내부에 들어가서 관람도 할 수 있다.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창밖으로 엷은 핑크빛 화강토의 포도밭이 눈에 들어온다. 1층에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몇 해 전 방문했을 때 자원봉사를 하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다섯 가지 다른 생산자의 와인을 잔에 넉넉하게 부어주었다(사진 3). 엷고 밝은 색, 과일과 꽃 향이 복합된 힘찬 맛이었다. 기억력이 몹시 약해 보였던 할머니는 그중에서 두 가지 와인을 한 번씩 더 따라주었다. 차마 이미 시음했다고 말하기가 편치 않아서 모두 받아 마신 기억이 있다.

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Beaujolais) 지역에는 품질 좋은 밭 ‘크뤼(Cru)’가 10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보졸레의 왕’이라는 ‘물랭 아방(Moulin-à-Vent)’이다. 몇 해 전 방문했을 때 자원봉사하시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다섯 가지 다른 생산자의 와인을 잔에 넉넉하게 부어주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처럼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은 ‘보졸레 누보’의 날이다.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들고, 포도송이에서 내 잔에 담길 때까지 두 달밖에 걸리지 않는 젊은 와인이다. 그저 농부들이 추수 후에 쉽게 마시던 이 와인은 성공적 마케팅 덕분에 1990년대부터 보졸레 와인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 맑은 자주색에 누구에게나 쉬운 ‘딸기 풍선껌’ 맛, 그리고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절기가 맞물리면서 더 잘 알려졌다. 11월 넷째 목요일로 지정된 오늘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가을의 수확을 경축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화려한 라벨로 디자인하는 보졸레 누보는 이미 상점의 맨 앞자리와 쇼윈도를 차지하고 있다. 가메이(Gamay) 품종으로 만드는 보졸레 마을의 다양한 와인은 칠면조 요리와 매우 잘 어울린다. 물론 돼지고기 안심 구이나 겨자 소스를 바른 토끼 요리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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