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겟돈'처럼 소행성 충돌 막는다.. NASA, 방어실험 우주선 발사
1998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아마겟돈’은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을 핵폭탄으로 폭파해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 내용을 연상시키는 실험을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3일(현지 시각) 시작했다. 무인 우주선을 발사해 지구에서 먼 곳에 있는 작은 위성과 충돌시켜 그 위성의 궤도를 바꾸는 실험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나사는 이날 오후 10시 21분(한국 시각 24일 오후 3시 21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 무인 우주선 ‘다트(DART)’를 발사했다. 무게 610kg, 크기는 소형차 정도인 다트는 내년 9월 말이나 10월 초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곳에서 디디모스 소행성 주위를 도는 축구장 크기 정도의 디모르포스 위성과 부딪히게 된다. 디모르포스가 곧 지구와 충돌한다고 가정하고 이 위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표다. 나사 측은 “다트는 디모르포스를 파괴할 만큼의 힘은 없고, 살짝 찌르는 수준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실험에는 3억3000만달러(약 3922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실험에 대해 “우주와 인간의 관계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실험이 성공하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 천체의 궤적을 바꾸게 된다”고 했다.
나사가 디모르포스를 실험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이 위성이 지구와 가까워 접근하기 쉽고, 지상 망원경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모르포스가 맴도는 디디모스는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으로 분류되지만, 실제 충돌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나사는 분석했다.
다트와 디모르포스의 충돌 과정은 이번 실험에서 함께 발사하는 초소형 관찰 위성 ‘리시아큐브’가 기록해 지구로 전송한다. 이탈리아항공우주국이 제작한 리시아큐브는 소형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실험이 끝나면 후속 조사도 진행된다. 유럽우주국(ESA)은 2026년까지 탐사선 ‘헤라’를 충돌 현장에 보내 디모르포스의 궤도와 질량 변화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번 실험의 결과는 미래에 지구와 충돌할 소행성을 막는 연구에 사용된다. 실제로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은 과거에 여러 차례 일어났다. 6600만년 전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공룡이 멸종됐고, 1908년 시베리아에는 소행성 조각이 떨어져 숲 2000여㎢가 사라졌다. 현재 나사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하는 소행성은 ‘베누’다. 나사는 베누가 2182년 2700분의 1의 확률로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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