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보다 바이든 면담 길었다, 실세 연준 부의장 등장에 월가 긴장
바이든 면담시간, 파월보다 길어…
금융규제·노동자 중심 정책 옹호
남편은 커트 캠벨 백악관 조정관
의장 인준 어렵자 부의장에 지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을 앞둔 지난 4일 최종 후보인 제롬 파월(68) 현 연준 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59) 연준 이사를 각각 백악관으로 불러 면접했다. 당시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기류가 있었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브레이너드의 면담 시간이 (파월보다) 좀 더 길었고, 분위기도 매우 화기애애했다”(월스트리트저널)는 후문이 돌았다. 22일(현지 시각) 파월 의장이 연임 지명을 받으면서 브레이너드는 연준 2인자인 부의장에 지명됐지만, 이 일화는 브레이너드가 바이든 정부 내에서 갖는 무게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말이 나왔다.
브레이너드 부의장 지명자는 상원 의회 인준을 통과할 경우 연준 108년 역사상 세 번째 여성 부의장이 된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이 중심 역할을 하는 연준에서 부의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와 CNBC 등은 브레이너드가 현 연준 이사회 이사 12명 중 유일한 민주당원이자 진보 진영의 인사이더(insider)로, 월가 금융권 규제와 기후 변화 대응, 빈부 격차 해소 같은 의제를 추진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브레이너드의 남편은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이다.
브레이너드는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MIT 교수를 지냈으며 클린턴 정부 백악관 경제보좌관, 오바마 정부 재무부 차관 등을 거쳐 2014년 연준 이사로 합류했다. 양적 완화를 통한 고용 유지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데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후원해 월가와 보수 진영에선 ‘좌파’란 낙인이 찍혀있다. 이번에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과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 등 민주당 경제 정책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연준 의장으로 파월이 아닌 브레이너드를 밀었다. 브레이너드는 22일 부의장 지명 연설에서 “나에겐 노동자가 업무의 중심”이라며 “인플레이션 등 현 경제 현안 대응도 철저히 노동자의 이익을 중심에 놓겠다”고 말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너드를 연준 의장에 지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상원이 여야 50대50으로 나뉜 데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바이든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화된 지금 브레이너드를 내세울 경우 인준 문턱을 넘기 힘들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앞서 바이든과 민주당 핵심들은 지난해 대선 승리 직후부터 브레이너드를 초대 재무장관 혹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0순위’로 거론했지만, 역시 공화당의 거부 반응을 예상해 접었다고 한다. 월가에선 “민주당 재집권 시 브레이너드가 차기 연준 의장 혹은 재무장관 둘 중 한 자리는 예약해놨다”는 말이 나온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브레이너드는 지난 7월 인플레 우려가 커져 연준 내부에서 테이퍼링(tapering·자산 매입 축소)에 돌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될 때 “아직 고용 회복세가 충분치 못하다”며 반대했다. “현 인플레는 일시적인 것이며, 돈 풀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브레이너드 대신 파월 의장이 연임 지명되면서, 긴축 시계가 좀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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