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삼성" 5번 외친 텍사스주지사.. 백악관도 "반도체 투자 환영"

신은진 기자 2021. 11. 2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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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한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이다.

김기남(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현지 시각) 그레그 애벗 미 텍사스 주지사와 미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그레그 애벗 트위터

이로써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기흥·화성과 미국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게 됐다. 구글·테슬라·퀄컴·엔비디아 같은 핵심 고객사들이 모여있는 미국에 첨단 반도체 기지를 건설하며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 시각) 미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부회장, 그레그 애벗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파운드리 공장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김 부회장은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번 투자는 텍사스주에서의 해외 직접 투자 중 최대 규모”라며 “삼성의 투자는 텍사스 주민들에게 무수히 많은 기회를 주고 텍사스 반도체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 자리에서 “생큐(감사합니다) 삼성”을 다섯 번이나 말했다.

미 백악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반도체 공급망 확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며 “삼성의 텍사스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테일러시를 비롯한 지방정부가 삼성전자에 약속한 세금 감면 혜택만 10억달러(1조2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워싱턴DC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계획을 밝혔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에서 최종 확정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11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큰 투자 결정을 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투자도 투자지만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테일러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은 2022년 완공되는 평택 3라인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발표한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 거점이 될 전망이다. 테일러 공장 부지 주변으로는 미국 최대 PC 제조사인 델 본사와 AMD·ARM·퀄컴 등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의 연구소와 사무소가 다수 들어서 있다.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본격 시동

삼성은 올 초부터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위치한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시, 뉴욕 버펄로, 애리조나 등을 후보지로 올려놓고 제2 공장 부지를 물색해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구애를 펼쳤지만, 인구 1만7000명에 불과한 소도시 테일러가 가장 큰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과 인프라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공장 건설지로 최종 낙점됐다.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오스틴시는 올 초 정전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으로 입은 4000억원대의 손실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에서 삼성전자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시는 공장과 도로 등을 포함한 전체 부지 규모가 500만㎡(약 150만평)로 오스틴 공장보다 4배 크다. 오스틴 공장과의 거리는 40여km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불과하다. 반도체 공장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우수 인력을 공유할 수 있고, 반도체 장비나 소재 반입을 위한 물류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장을 두 군데에 가동하면 운영상의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장 조성이나 용수·전기 같은 인프라 비용은 늘어나지만, 지난 겨울의 한파 같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에 초미세 공정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인공지능 반도체, 데이터센터 반도체처럼 급격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전용 공장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면 그동안 TSMC에 치우쳤던 애플·퀄컴·AMD 등 미국 대형 고객사를 끌어들일 기반이 마련된다”며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삼성이 주도권을 노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한국 정부의 반도체 역할론에 이재용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 파운드리 신공장을 건설하면서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백악관이 직접 구축하겠다고 밝힌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신공장 투자 결정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에 대해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법무부가 이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할 당시 반도체·백신 역할론 등 경제적 효과를 강조한 데 대해 삼성이 화답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부회장이 미 정부 관계자를 만나 보조금에 대해 논의한 뒤 새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에서도 환영 성명이 쏟아졌다. 미국 백악관은 신규 투자 발표 직후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명의로 성명을 내고 “미국 공급망을 보호하는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도 성명을 내고 “삼성이 텍사스에 투자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반도체 생산은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미국의 리더십과 혁신을 보존하고 성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텍사스주에는 2000개가 넘는 기술 분야 일자리, 6500개의 건설 분야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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