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이재용 "시장 현실 냉혹, 마음 무겁다"
[경향신문]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확정
오스틴 가까워 시설 공유 가능
5G·AI 등 시스템반도체 생산
‘2030년 TSMC 추월’ 전초기지
삼성전자가 미국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를 텍사스주 테일러시로 확정했다. 새 공장은 이르면 2024년 반도체 양산을 시작해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추월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24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등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부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에 있는 테일러시는 농업 종사자가 많은 인구 1만6000명의 소도시다.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485만㎡(약 147만평) 규모로 현재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보다 4배가량 넓다. 테일러 공장에 투자될 170억달러(약 20조원)는 삼성전자의 역대 미국 투자액 중 최대 규모다. 내년 1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일러 공장은 평택 3라인과 더불어 2030년 TSMC를 뛰어넘는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할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테일러시를 택한 것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 때문이다.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는 재산세를 90% 이상 감면해주기로 했고, 테일러 독립교육구도 2억9200만달러(약 3442억원) 규모의 추가 세금 감면을 약속했다. 이들이 약속한 전체 세금 감면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테일러에 공장을 지어도 오스틴 근처에 있는 협력사 및 시설을 공유할 수 있고, 반도체 공장에 필수적인 용수와 전력 등 인프라도 훌륭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테일러 공장에선 5세대(5G) 이동통신, 고성능컴퓨터(HPC), 인공지능(AI) 등 미국 업체로부터 수주한 시스템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 공장에 5나노 이하의 최선단 공정이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TSMC와의 기술력 경쟁에 앞서기 위해선 우수 인력을 한곳에 집중 배치해 수율(양산 성공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에 분산 배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재용 부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봤다”며 “회포를 풀고, 일에 대해 얘기를 해 참 좋은 출장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투자도 투자이지만, 이번에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제가 직접 보고 오게 됐다”며 “마음이 무겁다. 나머지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 출국해 10박11일간 캐나다와 미국에 머물며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의 미국 출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워싱턴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테일러시 공장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미덥·노정연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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