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입양·파양은 0%..이 분양센터 왜 다를까
[경향신문]
스튜디오서 증명사진 촬영
행동교정·질병치료 하면서
최장 두 달 새 가족 기다려
세번째 방문해야 직접 접촉
7번 입양교육 등 절차 깐깐
유기한 주인은 고발도 가능
커피향이 가득한 카페 한쪽에서 소형견 7~8마리가 열심히 뛰어다닌다. 애견카페 같은 분위기지만 이곳은 서울 강동구가 직영하는 반려동물 분양센터다. 새로운 가족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의 ‘리본(Reborn)센터’는 2017년 11월24일 문을 열었다. 반려인에게 버려졌거나 길을 잃은 개들을 보호하면서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한다. 올해에는 입양된 유기견들과 그 가족들이 참석하는 ‘홈커밍데이’도 24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열린다.
리본센터는 강동구가 처음 설립할 당시 전국에서 유일한 직영 분양센터였다.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리본센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는 강동구와 노원구가 직영 분양센터를 두고 있다.
위탁운영의 경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지만, 구청이 직접 운영하면 체계적인 유기견 관리가 가능해진다. 매년 입양률은 증가하고 파양률은 0%인 게 단적인 결과다. 리본센터 입양률은 2018년 69.9%에 불과했지만 2019년 96.8%까지 높아졌다. 센터에 입소한 123마리 중 가족 품으로 돌아간 59마리를 제외한 64마리 가운데 62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찾았다. 허윤석 주무관은 “지난해와 올해 입양률도 92~93%로 높은 수준”이라고 24일 말했다.
유기견에 내장된 전자칩으로 반려견을 버린 사람을 찾아내 신속하게 고발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직영의 강점으로 꼽힌다.
리본센터에 입소한 유기견들은 최장 두 달간 이곳에 머무르며 행동교정에서부터 미용, 질병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실시하는 중성화수술, 내장칩 삽입도 이뤄진다. 센터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는 ‘강아지 증명사진’이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진은 모두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다. 예쁘게 찍은 사진은 유기견이 입양되는 날 새 가족에게 전달된다.
다만 이 기간 내에 입양되지 못한 유기견들은 시설로 옮겨 안락사한다. 천호동 국도맨션 인근에서 발견된 믹스견은 지난 9월 공고 마감이 됐지만 현재까지 입양자를 찾지 못했다. 박성빈 주무관은 “순하고 조용한 아이인데 아직 입양자를 찾지 못했다. 꼭 새 가족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본센터는 입양과정을 까다롭게 진행한다. 사진을 보고 입양 의사를 밝혀도 모든 사람이 분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센터 1층 카페를 두 번 방문해 유기견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관찰한 뒤 마음이 변하지 않아야 세 번째 방문 시 선택한 유기견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반려견을 선택했어도 최소 20일 이상 숙려기간을 거쳐야 입양자로 확정된다. 입양교육도 입양 전과 후, 각각 2·5번씩 총 7번을 받아야 한다. 구 관계자는 “입양견과 가족들이 서로 적응하고, 파양률도 낮추기 위해서는 교육기간이 다소 길지만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본센터는 매년 두 차례 반려견 행동전문가 양성과정을 진행하며, 강동구민을 대상으로 반려견 문제행동 교정교육인 ‘서당개(서툰 당신의 개)’ 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허 주무관은 “반려견을 입양하러 리본센터를 방문했다가 반려견행동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을 찾는 주민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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