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지침 공개' 판결에 불복..'밀실 심사' 고집하는 법무부

박채영 기자 2021. 11. 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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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사 판결 2건에 각각 항소
심사 거부 이유도 모른 채
신청자들은 기다림의 고통
유엔 인권지침에도 ‘역행’

난민심사 기준이 되는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난민지침)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법무부가 불복해 항소했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법무부는 서울행정법원이 지난달 1일과 5일 “난민지침을 공개하라”고 선고한 2건의 1심 판결에 대해 같은 달 26일과 20일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5일 서울행정법원은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에서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 중 ‘난민신청자 등 체류관리 및 사범심사’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는 그 자체로 국가안전보장 등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난민법령과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정이 이루어지는지 국민의 적절한 감시와 통제를 받도록 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이에 불복해 지난달 20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부는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과 최초록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난민지침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비슷한 취지의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장을 제출했다.

루렌도 가족의 법률대리인 이상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법무부가 지침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2007년 대법원이 유사한 사건에 대해 ‘정보공개를 하라’고 판결했는데, 당시에도 1심에서 3심까지 가는데 몇년이 걸렸다. 이미 대법원 판례도 있는데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지난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정부에 대한 제5차 국가보고서 심의과정에서는 ‘난민지침 내용을 검토해 가능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는데, 난민지침을 공개하라는 판결에도 항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난민지침은 2007년 9월 대법원이 ‘난민지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려 2010년 6월 공개된 바 있다. 하지만 2013년 7월 난민법 시행 후 새로 제정된 난민지침은 2015년 5월 정보공개 청구분까지 공개된 다음부터는 이후의 개정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비공개 지침에 따라 난민 신청자들의 난민 인정 여부와 처우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루렌도 가족의 경우 2018년 12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난민신청을 했지만 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했다. 난민심사를 받아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인데, 난민지침이 비공개라 어떤 기준에 의해 불회부결정을 받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루렌도 가족은 서울고등법원이 2019년 9월 “난민인정심사 기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인천공항 43번 게이트 앞에서 287일을 지내야 했다. 루렌도 가족은 지난달에야 법무부 난민위원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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