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1% 준다길래 달려갔더니.. 월 10만원 넣는 적금이더라

손진석 기자 2021. 11.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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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금리 따먹기는 하늘의 별따기'.. 금감원 소비자 주의보

A은행은 지난해 B카드사와 제휴해 최고 연 11% 이자를 지급하는 우대 금리 적금을 팔았다. 근년에 예금 이자가 연 1% 남짓이라는 걸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적금의 우대 금리를 얻으려면 B카드사의 특정 카드를 매달 일정액 이상 써야 하고, 적금에 가입하기 이전 6개월간은 해당 카드 사용 실적이 없어야 한다. 카드사가 장롱 속 카드를 자주 쓰게 하려고 제휴했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 대금 결제는 A은행 계좌만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이 적금은 한 달 불입 한도가 1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우대 금리를 받는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불입 한도가 적어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고객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은 이처럼 높은 이자를 제시하는 특판 예·적금에 함정이 많아 소비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24일 밝혔다. 우대 금리는 그냥 주는 게 아니다. 은행들은 아파트 관리비 자동 이체를 걸어두거나 계열사 신용카드를 사용하라는 식의 갖가지 조건을 채울 것을 요구한다. 이런 조건들을 채우지 못해 우대 금리를 놓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그래픽=송윤혜

너무 까다로운 우대 금리 조건

금감원이 11개 시중은행의 58가지 특판 예·적금을 분석했더니 우대 금리 지급 요건별로 고객들이 조건을 충족하는 비율은 자동 이체 실적 87.4%, 신용카드 사용 실적 78%, 급여 이체 38.6%, 연금 상품 이체 실적 17.4%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휴 상품 이용 실적을 채운 고객은 7.7%로 가장 낮았다. 은행들은 카드사·대형마트·여행사 등과 손잡고 연 5%가 넘는 금리를 준다며 특판 예·적금을 판다. 하지만 제휴 기업의 상품을 의무적으로 일정액 이상 이용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게다가 제휴 예·적금은 가입 기간이 6개월로 짧거나 한 달에 불입할 수 있는 한도가 작다.

따라서 우대 금리 요건을 채우기 어렵거나 실익이 적다는 판단 때문에 소비자들이 스스로 우대 금리를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감원이 조사해 보니 전체 특판 예·적금 계좌의 21.5%를 중도에 소비자가 해지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해지된 계좌는 수수료 성격의 불이익이 적용돼 실제 금리가 연 0.86%에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이 카드사와 제휴한 경우 우대 금리 예·적금에 가입하지 않고 그냥 제휴한 카드만 쓰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이익이 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적금 이자는 은행 제시한 금리의 절반 수준

은행들의 눈속임에도 넘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적금의 경우 은행들이 제시한 금리의 절반가량만 수령이 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월 10만원씩 납입하는 연 3% 금리의 정기 적금의 경우 소비자는 120만원을 납입해 3%인 3만6000원의 이자를 받을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이 경우 첫 달 내는 10만원에 대해서만 연 3%가 적용될 뿐 이후 불입액은 예치 기간이 1년이 안 되므로 그만큼 이자율을 낮게 적용하기 때문에 1년 후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1만9500원이다. 납입한 120만원 대비 1.6%에 그친다는 뜻이다. 작년 1월부터 올해 9월 사이 만기가 된 특판 예·적금의 실제 지급된 이자는 은행들이 제시한 최고 금리 대비 78%였다.

금감원은 우대 금리는 큰 글씨로 표기되고 우대 금리의 적용 조건은 작은 글씨로 쓰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텝업’ ‘계단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우대 금리 상품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이런 상품은 불입 회차에 따라 시간이 가면서 단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방식인데, 마지막 단계에 적용하는 높은 금리만 은행들이 집중 홍보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초기부터 최고 금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심은섭 금감원 금융상품분석국 팀장은 “우대 금리의 지급 조건과 실질적 혜택을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며 “요즘처럼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우대 금리 예·적금보다는 금리 변동 주기별로 이자를 전액 지급하는 회전식 예금이 소비자에게는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는 가운데 우대 금리 상품은 점점 외면받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에 들어온 특판 예·적금은 모두 7조204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9월까지의 3조2675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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