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축유 방출"에도 유가 상승..OPEC+와 힘겨루기 예고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김유진 기자 2021. 11. 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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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중·일 포함한 방출 물량 미미해 시장 영향력 적을 듯
증산 거부한 OPEC+ 대응 주목…“미 뜻대로 안 될 수도”

바이든, 직접 발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휘발유값 상승 억제 방안을 고심하던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전략비축유(SPR) 방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에 대한 증산 압박이 먹히지 않자 한국, 일본, 중국, 인도, 영국 등 주요 석유 소비국들을 설득해 각국이 비축한 원유를 동시에 시장에 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폭등하는 유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 후에도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000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 일본, 한국, 영국 등이 그들의 비축유를 추가로 풀기로 동의했고, 중국도 아마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 정부는 미국의 비축유 방출 제안에 동참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는 500만배럴, 영국은 최대 150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한 것은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2011년 리비아 내전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전쟁이나 재난이 없는 상태에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방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과 인도가 동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방출하는 비축유 양으로만 보면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T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1.75달러) 오른 78.50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월물 브렌트유도 3.3%(2.61달러) 오른 82.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6일 이후 하루 동안 최대 폭 상승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비축유 방출 방침이 수일 전부터 예고된 사안이라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된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25일부터 시작되는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미국 내 대이동이 예상되는 등 수요 상승 요인이 남아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결국 향후 국제유가 추이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의 연합체인 OPEC+가 석유 생산을 얼마만큼 늘릴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미국의 증산 요청을 거부해온 OPEC+가 비축유 방출에 반발해 기존 증산 계획을 늦추거나 증산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OPEC+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 국제유가는 또다시 휘청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유가로 인한) 부담 완화를 바랐던 소비자들로서는 몇개월 내지는 영영 기름값 하락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김유진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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