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의료쇼핑

안호기 논설위원 2021. 11. 2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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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실손의료보험은 한국인 4명 중 3명이 가입한 가장 보편적인 보험상품이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단체, 공제 등을 통한 가입이 3900만건에 이른다. 1999년 7월 삼성화재가 처음 출시했을 때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환자가 내야 할 치료비(본인부담분) 전액을 실비 보상하는 것이었다. 이듬해 LG화재(현 KB손보)가 내놓은 상품은 감기에서 암까지 모든 질병과 상해사고 비용 전액을 보상했다. 의료비 중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한 금액 비율인 건강보험 보장률이 당시 50% 남짓이어서 민간보험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9년 64.2%까지 높아졌어도 실손 가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입자가 늘면 보험사 수익도 늘어야 할 텐데, 거꾸로 실손보험 적자는 갈수록 불어난다. 손해보험협회는 올해 9월 말까지 실손 손실액이 1조9696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한 실손을 더하면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올해 전체 적자는 사상 최대인 3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적자는 2조5000억원이었다.

적자의 원인으로는 ‘의료쇼핑’이 꼽힌다. 의료쇼핑은 소수 가입자가 병원을 전전하며 과잉진료를 받는 것을 말한다. 도수치료와 다초점 렌즈 백내장 수술, 비타민·영양 주사 등 비급여 진료들이 대표적인 쇼핑 목록이다.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보험금을 1000만원 넘게 받아간 실손 가입자가 76만명이다. 이 중 9만명은 보험금이 5000만원을 넘었다. 반면 가입자의 3분의 1이 넘는 1313만명은 실손보험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실손을 이대로 두면 적자 확대에 따른 보험료 상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는 적자 규모를 줄이려면 내년에도 보험료 인상률을 두 자릿수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손 적자의 65%를 차지하는 비급여 항목을 전산화하면 의료쇼핑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국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지만 의료계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하다. 의료쇼핑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소수의 얌체 가입자와 병원뿐이다. 이들로부터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를 보호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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