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인선 갈등 속 윤석열-김종인 전격 만찬회동

'시간끌면 정권교체 위기론' 대두
김병준 역할제한 전제조건 달아
갈등국면 극적 반전 가능성 커져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후보와 김종인(왼쪽)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저녁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서울시내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전격 만찬 회동하면서, 그동안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갈등 국면이 극적 반전을 맞을지 주목된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같은 전직 비대위원장인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역할을 제한한다는 전제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윤 후보로선 양측의 위계 갈등 소지를 줄이면서 '김종인 총괄'의 체면을 세워주고, '김병준 영입'을 관철하는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서도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선대위 인선과 출범의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정권교체'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정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24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전격 만찬 회동을 갖고 선대위 문제를 논의했다.

윤 후보는 이르면 25일 선대위 2차 인선안 발표를 검토 중인데, 더 이상 총괄선대위원장을 공석으로 놔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차 인선안은 조직총괄본부장 주호영 전 원내대표, 직능총괄 김성태 전 원내대표, 정책총괄 원희룡 전 제주지사, 당무지원 권성동 사무총장, 총괄특보단장 권영세 의원,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본부장 '1인 2역'을 맡는 이준석 당 대표 등 '6본부장' 체제로 알려졌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만찬 회동은 선대위 인선 갈등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성사돼 눈길을 모았다. 앞서 윤 후보는 이날 권 사무총장을 김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구 내수동 사무실로 보내 "김 박사님이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오셔서 선거를 진두지휘해주시길 원한다"고 타진했다. 만찬 제안도 이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동 후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의 진두지휘 요청에 "난 그 의중이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김 전 위원장 의중을 대변해 온 이준석 당 대표가 '김병준 용퇴론'을 연일 꺼내들었고, 윤 후보 측에선 권 사무총장이 "이미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에서 (김병준·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안이) 통과가 됐기 때문에 번복할 방법이 없다"고 이견을 드러낸 상황이다. 다만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물밑 협상 끝에 이보다 좁은 변동폭에서 합의점을 찾았고, 총괄선대위원장 합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준 상임위원장의 직을 유지하되 역할을 제한하고, 비서실을 아예 없애 실장 인선 갈등 소지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상임위원장은 원조 친노(친 노무현) 출신 정책통으로서 경선 기간 정책 노선 등에 관해 적잖은 조언을 해와, 윤 후보로부터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김 상임위원장의 위상을 제한함으로써 '김종인 원톱' 취지를 살린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김 전 위원장을 모시고 온다고 발표한 다음, 자기가 철회하면 워낙 상처가 클 것이기에 윤 후보도 그렇고, 김 전 위원장도 (판이 깨지면) 밖으로 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결국 마지막엔 김 전 위원장 손을 잡고 나오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후보는 김한길·김병준보다는 김종인 필요성을 더 느껴야 한다"며 "결국 (김종인 영입을) 할 거라곤 보는데, 시간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