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 서건창의 FA 협상 속 꺼내볼 만한 '2010년 박용택 계약'

안승호 기자 2021. 11. 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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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LG 서건창. 정지윤 선임기자


2011년 자유계약선수(FA) 박용택의 원소속구단 LG와 계약 내용은 전례 없을 정도로 요상했다.

계약기간 4년(3+1년) 총액 34억원 가운데 보장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LG는 앞서 외부 FA 영입 과정에서 몇 차례 실패를 겪었고, 이를 배경으로 프랜차이즈 스타이던 박용택과 계약에서도 위험 부담을 줄여놓고 싶어했다. 안정장치를 두고 싶어한 구단의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정도가 조금 지나쳤다.

박용택은 계약 내용이 섭섭했지만 공개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일은 없었다. 냉정히 자기 야구를 한다면 빠짐 없이 채울 수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실행에 옮겼다. 2010년 타율 0.300에 OPS 0.802를 기록했던 박용택은 이후 계약기간인 4시즌간 타율 0.319에 OPS 0.838로 전보다 오히려 나은 성적을 거뒀다.

2022년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LG에서 FA 자격을 얻은 서건창(32)이 화제다. 지난 8월 키움에서 트레이드되기에 앞서 FA B등급으로 잠정 분류됐던 서건창은 LG 유니폼을 입은 뒤 팀내 연봉 순위가 상승하며 원치 않는 A등급으로 올라갔다.

서건창이 A등급이 되면서 다른 구단에서 그를 영입하면 원소속구단 LG에 직전 시즌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1명 또는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한다. B등급 보상이 연봉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또는 연봉 200%인 것을 감안하면 서건창이 움직일 폭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서건창의 ‘보상 등급’이 아니 선수로서 ‘평가 등급’이다. 서건창이 올겨울 FA 시장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것은 단순히 FA 등급 때문이라기보다는 서건창이 올해 그답지 않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올해 시즌 타율 0.253에 OPS O.693을 기록했다. 올해 리그 평균 타율(0.260)과 OPS(0.729)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한 시즌 만에 내림폭이 컸다. 지난해만 해도 타율 0.277에 OPS 0.776으로 나쁘지 않았던 데다 최근 5년 성적으로는 타율 0.312에 OPS 0.807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추락에 가까운 변화였다.

역시 문제는 이번 시즌 성적에 대한 해석이다. 서건창이 몇해 전 타석에서 보였던 공격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A등급·B등급 같은 보상등급이 그의 가치를 가를 기준점은 되지 못한다. 2루수로 그만한 공격력을 보이는 타자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성적을 일종의 ‘에이징 커브’로 바라본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계약이 복잡해진다.

2010년 박용택의 첫 FA 계약이 어려웠던 것도 구단에서 선수를 바라보는 불확실한 시선 때문이었다. 당시 구단은 박용택의 이름값으로 총액을 설정하고, 보장액을 더한 부분은 선수 스스로 채우도록 했다. 일면 선수에게는 가혹할 수 있었지만, 박용택은 자신을 믿고 계약서에 사인한 뒤 성적으로 총액을 모두 채웠다. 다음 FA 계약에서는 4년 총액 50억원 모두가 보장액이었다.

LG 구단에서는 서건창을 두고 “곧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서건창은 총액으로 자존심을 지키고, 구단은 옵션으로 안전장치를 두면 어떨까. 내년 이후 시즌에 대한 서건창의 확신이 따른다면 진행해볼 만한 내용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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